휴먼시티디자인 어워드, 코로나 유행 속에도 출품작 외려 늘어
‘널리 인간을 이롭게하는’ 인본중심 동양사상, 세계에도 통했다
“임기 30% 남았다고 해서 30%만 일 하는 대표는 되지 않아”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디자인이 물건이나 오브제 하나가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생활의 질을 향상시켰는가가 가장 중요한 거죠. 시민들이 디자인으로 생활의 질을 바꾸고 변화했나, 그래서 궁극적으로 행복해졌는가를 보고, 그런한 디자인에 상을 줍니다.”
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가 최근 헤럴드경제와 만나 올해로 2회를 맞는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에 대해 설명한 말이다.
디자인은 도시와 시대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이자, 우리 삶의 지평을 넓혀주는 기회라고 이 상은 디자인의 정의를 다시 쓴다. 디자인은 단순한 제품이나 결과물만이 아니고 작업에 참여한 거주민, 시민, 민간단체, 지자체와의 단계 단계마다의 협업 과정까지 아우른다.
최 대표는 “이런 가치기준으로 디자인에 상을 주는 건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자부했다. 그는 “BTS만 독창성있나? 상도 크리에이티브하다”며 웃었다.
자부할만하다. 전세계 180개 재외공관들은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하는 이 어워드의 문화외교 기여도를 높이 평가, 해외 홍보를 돕기로 했다.
휴먼시티 어워드는 2018년 서울디자인재단이 도시 전문가들을 초청해 국제 소통의 장을 마련한 ‘서울디자인클라우드’에서 싹을 틔웠다. 이 때 재단은 서울이 디자인을 통해 사람 중심의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휴먼시티 디자인 서울’을 선언했다. 27개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에서 온 전문가들이 모여 지속가능한 도시 디자인의 미래를 펼쳐보였다. 이후 지난해 제1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를 치렀다. 최 대표는 “2018년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를 기획할 당시 예산도 부족하고, 시간도 짧았지만 이러한 취지를 협력하고 공감하는 국제적인 기관들과 서울디자인재단의 에너지를 모아서 해냈다”고 떠올렸다.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는 서울이 세계적인 디자인 허브 도시 위상을 다지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 팬더믹 상황에서도 올해는 출품 규모가 외려 늘었다. 올해 참여팀은 31개국, 99개 프로젝트로 지난해보다 25% 증가했다. 사람과 코끼리가 공존하는 태국의 코끼리 문화 마을, 소통공간으로 바뀐 한국의 납골당, 호텔로 바뀐 일본의 폐가 등 최종 10개 후보로 뽑인 출품작들의 면면도 이채롭다.
2회 만에 세계적인 상으로 자리매김한 건 ‘사람 중심’이란 인간 본연의 가치가 세계 도시에도 통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사람이 우주의 주재(主宰)와 중심이 된다는 유교사상인 인본주의는 인간성 회복을 주장하는 서양의 르네상스보다 그 시기가 훨씬 앞선다”며 “특히 아시아에서 매년 급속히 증가하는 도시의 수를 보면 아시아의 움직임에 따라 도시 디자인의 미래가 달라지니까, 서양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한국의 주도를 박수치는 것이다”고 말했다.
아시아로의 시대적 흐름이 도왔다해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출신인 최 대표가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상의 제정이 가능했다. 그는 “항상 세계적인 네트워크와 일을 해 왔는데, 그 분들이 도왔다. 제가 그런 일을 하려고 재단에 온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임기중)3년 만 하고 말 상이라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굉장히 글로벌하게 방향을 잡은거다”며 “심사 평가 등 시스템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서울시장이 바뀌거나 재단 대표가 바뀐다고 해서 없어질 상은 아니다”고 연속성을 강조했다. 리더가 바뀌어 다른 색으로 덫칠이 되어도 밑 그림은 그대로라는 얘기다.
내년 4월 중 임기를 마치는 최 대표는 “철도를 깔려면 자갈을 치우고 땅부터 일궈야하는 것 아니냐. 그 다음 사람이 와서 레일에 기름칠만 하고도 잘 달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제 달릴 때인데 끝까지 열심히 도와줘야지”라며 “나는 항상 마지막에도 최선을 다해왔다. 기간이 30% 남았다고 해서 30%만 일 하는 대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란 국제적인 명소를 보유한 서울이 ‘아시아 디자인 메카’라는 꿈을 꾸게 한 밑그림을 그린 주역으로서 그는 “내가 스케일이 좀 크고 방향을 잘 안다. 예지력이 있다고 할까”라고 말하며 크게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