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내 CVC 설립 박차…외부에서 내부 이동도
“전략적 투자로 밸류체인 시너지 기대”
인재영입 목적 기업인수도 활발 예상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지주회사의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보유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통과하면서 개정안이 시행되는 내년 말부터 그룹 지주사 내 CVC 설립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발의부터 통과 과정에서 규제가 덧대지며 ‘반쪽짜리 규제완화’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투자업계에서는 일단 대기업 주도의 벤처투자 활성화, 밸류체인 확장 기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관련 법 개정을 지켜보던 SK와 롯데 등 상당수 그룹사들이 CVC 설립 고삐를 당기고 있다. 개정안이 당초 기대보다는 제한적인 조건에서 CVC 보유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통과됐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CVC 필요성에 공감하며 준비해 왔던 설립 절차를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SK, LG, 롯데, 신세계 등 7개 대기업이 CVC 도입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지주 체제 밖이나 해외에 설립했던 CVC를 지주사 내부로 들여오고 싶어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이번 개정안 통과와 공정위 방침 등에 따라 관련 작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지주사 내 CVC 설립으로 대기업 벤처투자 양상이 변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그동안 지주사 밖에서 운영해왔던 CVC들은 캐피탈 게인(Capital Gain) 차원의 재무적 투자를 주로 진행해왔다면, 지주사 내 설립되는 CVC는 그룹 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하는 전략적 투자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사 내 밸류체인에 비어있는 영역을 메우거나 신규사업으로 육성할 만한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가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CVC가 우수한 기술 인력을 그룹에 흡수하기 위해 ‘에퀴하이어(Acqui-hire)’를 다수 진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에퀴하이어는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중반까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성화된 인재 영입을 위한 기업인수를 말한다.
외부 자금 조달이 40% 내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됐다는 아쉬움 속에서도 대기업 실무자들은 연기금, 공제회 등 LP(유한책임사원) 자금 유입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는 분위기도 전해진다.
한 대기업 자문사 관계자는 “LP는 캐피털 게인 목적 투자를 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CVC를 활용하는 투자 방향과 맞지 않다고 볼 가능성이 크다”며 “대기업 CVC 역시 스스로를 단순 펀드 운용사, GP(무한책임사원)처럼 인식하기보다는 자기자본 투자에 더욱 중점을 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