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기업’인 개인유사법인의 초과 유보소득에 대한 과세 안이 논의 중이다. 1인이 전체 지분을 소유한 법인의 수가 2019년 기준 28만개에 달한다고 한다. 2010년 대비 460% 증가한 것인데, 같은 기간 전체 가동법인이 85% 증가한 데 비하면 폭증 수준이다.
개인사업자보다 법인 형태로 사업하는 것이 ‘비용·효익’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많은 사람이 본 것이다. 법인 설립 요건이 완화된 것 외에 세제상 이득이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과세 기간의 모든 소득에 대해 최고 42%의 소득세율로 과세되는 개인사업자에 비해 개인유사법인은 최고 25%의 법인세율로 과세된 후 배당 시기를 조정하거나 경비 처리를 통해 소득세 부담을 회피하는 세무계획(tax planning)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합법적으로 세후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세무계획은 납세자의 기본권 행사로 존중받아야 하고, 불법적 탈세나 조세 회피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납세자와 정부 간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세법 규정에 대한 평가는 이 게임에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을 기준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어떤 조세 유인(incentive)을 제공할 것인가는 주권자인 국민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할 문제다.
2010년 기준 개인사업자의 종합소득세율은 최고 35%, 법인세율은 최고 22%로 두 세율 간 차이가 13%포인트였다. 이후 종합소득세 최고세율이 42%까지 증가하면서 그 차이는 2019년 현재 17%포인트까지 증가했다.
종합소득세 최고세율이 45%로 증가하면 낮은 세율을 찾아 법인을 설립하는 경향은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고민할 문제는 경제적 실질이 개인과 유사한 개인유사법인의 주주가 세율 차이를 이용해 소득세 부담을 회피하는 것을 계속 용인할 것인가다.
발표된 시행령 내용을 보면 그간 제기된 우려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강제 배당으로 중소기업의 성장잠재력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는 적극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 당기 또는 향후 2년 이내에 투자·부채상환·고용·연구개발을 위해 지출·적립하는 금액을 유보소득에서 제외함으로써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자·배당·임대료 등 수동적 수입이 전체 수입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으로 적용 대상을 대폭 축소한 것이다. 적정 유보소득 수준을 획일적으로 산정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은 적극적 사업 법인의 경영활동을 위한 지출을 폭넓게 정의함으로써 기업에 재량권을 주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이고 이중과세라는 지적은 과세 기간의 모든 소득에 대해 과세되는 개인사업자와의 과세 형평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향후 실제 배당 시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므로 거의 모든 경우에 과세의 시기를 앞당길 뿐 이중과세는 아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실효세율이 높은 개인사업자일수록 법인 전환 확률이 더 높았고, 기업당 평균 사내유보금은 2000년에서 2016년 사이 평균 4.1배 증가(중소기업 기준)했다. 중소기업의 사내 유보금 대비 현금성 자산의 비율도 60% 전후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법인의 유보소득에 대한 ‘배당소득세’ 과세가 유례없다는 지적은 “유보소득에 대한 과세의 예가 없다”라는 의미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미국, 일본, 스웨덴 등에서 법인의 사내 유보소득에 대한 추가 과세가 오래전부터 이뤄져 왔다.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두 활동의 세후이익이 법인 설립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면 과세 형평 측면에서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자원의 배분을 왜곡할 우려가 크다.
세법 개정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주권자의 견해가 슬기롭게 수렴되기를 기대한다.
윤성수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