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확장법 232조 한미 재계 공동 개정 목소리에 철강 수출 상한선 해제 기대
자동차업계 미국 지속적 관세 폭탄 으름장 리스크 사라져
[헤럴드경제 이정환· 정순식 기자] 미국과의 무역에서 걸림돌로 작용하던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해 미 재계가 개정에 지지 의사를 표시하면서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산업의 대미 수출 불확실성이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미국상공회의소가 17일 개최한 한미재계회의에서 양국 기업인들은 ‘한미 경제·통상협력 과제’의 별도 세션을 통해 무역확장법 232조 화두를 공동으로 논의했다. 한국 측이 미 상의에 무역확장법 232조의 개정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자, 미 상의는 이에 공감을 표하며 한국 측과 의견을 같이하기로 했다. 양국 참석자들은 세션 종료 후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가 자유로운 국제통상질서를 저해하고 한미경제동맹을 위협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무역확장법 232조의 개정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무역확장법 232조로 수혜를 볼 수 있는 미국 측이 이날 ‘강력히’라는 표현에 선뜻 동의 의사를 표시함에 따라 향후 바이든 행정부에서의 통상 정책에서 보호무역주의의 기조가 확연히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 상의 수석부회장도 이날 개회사에서 “바이든 당선인의 인수위는 미국의 주도권을 강화하면서도 다자간 접근 방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제조업체나 농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관세 조치를 재평가하고, 주요 통상과 교역 상대국의 문제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하며 이같은 분석에 힘을 더했다.
양국 기업인들이 이날 무역확장법 232조의 개정에 동의함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는 큰 기대를 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철강과 알루미늄 수출을 2015∼2017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할당량 제한)’를 받아들이는 대신 관세에 대한 국가 면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3년간 평균 수출량이 383만t 수준임을 고려해 한국 철강기업들은 미국으로 연간 최대 268만t 이상을 수출하지 못하는 상한선이 생기게 됐다. 이 규제가 양국 기업인들의 요구대로 사라지게 되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의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환경, 노동 등 부문에서는 비관세 장벽이 다소 높아질 것이란 예상도 함께 나온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 제품 등의 수출 때 세금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철강 산업과 함께 무역확장법 232조의 개정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긍정적 효과 또한 기대된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트럼트 행정부 시기 동안 줄곧 미국의 관세 폭탄 으름장에 따른 리스크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왔다. 실제 미국이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합해 연간 최대 5조5000여억원의 관세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 이에 따른 가격 경쟁력의 상실로 미국 시장을 포기할 수도 있던 리스크가 이번 양국 기업인들의 공동 성명으로 마침표를 찍게 되는 것이다.
관세 리스크가 사라지는 동시에 자동차업계는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른 성장 기대감 또한 함께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개발한 순수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고,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도 큰 성장의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봉만 국제협력실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무역확장법 232조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미국 경제계 지지를 이끌어 낸 점은 특별한 성과로 꼽힌다”며 “무역확장법 232조 개정을 포함한 대미통상현안의 해소를 위해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와도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가고, 이를 위해 미국의 신정부 출범후 빠른 시일내에 한국 경제사절단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