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1. 경주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희생자 윤모 양의 아버지는 12년 전 이혼한 친모가 갑자기 나타나 보상금 5억9000만원에 대한 절반의 권리 주장해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고 있다.

#2. 천안함 사고로 사망한 고 신모 상사의 경우, 이혼한 뒤 27년 간 연락이 끊긴 친모가 신 상사의 군인사망보험금과 군 단체보험금을 각각 절반씩 총 1억5000만원을 수령하자 신 상사를 양육해 온 아버지가 친모 상대로 소송 제기했다가 취하했다.

천안함 및 세월호 침몰사고와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 등 대형 참사로 희생된 자녀들의 사망에 따른 보험금 및 보상금을 둘러싸고 헤어진 부모 간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자녀 양육을 하지 않은 부모가 갑자기 나타나 보험금 등에 자신의 몫을 주장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녀를 오랫동안 돌보지 않은 부모의 권리를 좌절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민법 제1009조 1항에 따르면, 미혼 자녀가 사망해 상속이 발생한 경우 부모가 1순위 상속인이 되고, 부모는 2분의1 지분으로 자녀 재산을 상속하게 된다. 이혼이나 가출 등으로 부모 중 한사람이 양육비 지급이나 면접교섭 등 부모의 의무를 다하지 않더라도 자녀를 양육하지 않은 부모 역시 양육한 부모와 같은 몫의 상속을 받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조손가정의 손자 사망시, 키워준 조부모는 손자의 상속에서 아예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민법이 가족관계의 실질을 고려하지 않고 법률혼 부부와 그들의 혈연자녀들로 구성된 형식적 신분관계에 의해서만 법정상속인을 인정하도록 규정하기때문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250여명의 안산 단원고 학생 중 이혼 등에 따른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재혼 부모 가정의 학생은 약 5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이 같은 논란은 재차 불거질 전망이다.

이 같은 논란 속에 대한변호사협회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와 국회 여성가족위워회는 27일 오전 ‘가족정책 문제-비양육부모에 대한 상속 제한 가능한가’를 주제로 제2차 여성가족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차미경 변호사는 ‘양육하지 않은 친부모의 상속 실태, 문제점과 입법제안’을 주제로 발제문을 발표했다.

차 변호사는 “현행 민법이 균분공동상속제를 택하고 있어, 공동 상속인 간의 상속분을 조정하려면 민법상 ‘기여분’ 제도가 유일하지만, 법원 판례를 보면 재판장의 의지에 따라 기여분 인정 여부가 달라지는데다 기본적으로 부모의 자녀 부양을 본질적인 의무로 보고 매우 ‘특별한 부양’이 인정될때만 기여분을 인정하는 등 기여분 인정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기여분’이란 공동 상속인 중에서 상당한 기간 동거, 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관해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을 경우에 이를 상속분의 산정에 관해 고려하는 제도다.

차 변호사는 이 같은 문제점의 대안으로 자녀의 양육에 대한 기여를 상속에 있어 참작하도록 하는 규정을 민법상 신설하는 한편, 조부모 등 실질적으로 양육에 참여한 사람도 가정법원의 심판에 따라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자고 주장했다. 아울러 법무부 산하에 ‘상속법개정위원회’를 설치해 상속법의 전면 개정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한국은 1인가구가 전체의 4분의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크게 늘어난데다 이혼과 재혼 증가, 가족 해체 등으로 인해 한부모 가정, 재혼 가정, 조손 가정 등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현행 민법의 상속제도가 변화된 사회상과 맞지 않는 만큼, 사실혼 배우자나 재혼가정의 의부모와 의자녀 간 상속권도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