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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전 열린 팬텀클래식에서 경기하는 선수들. [사진=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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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엔케어 포토콜에서 포즈 취한 선수들. 왼쪽부터 임희정 최혜진 안나린 박현경 이소영 유해란 [사진=KL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전남 영암의 사우스링스영암 골프장에서 22일부터 나흘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휴엔케어여자오픈(총상금 8억원)이 개최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전세계 프로골프 대회가 상당수 취소되거나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와중에 신설 대회가 열린다. 선수들이 경기를 펼칠 카일필립스 코스는 파72 6420야드에 세계적인 링크스 코스 설계가로 여겨지는 카일 필립스가 디자인 한 코스다. 재미난 것은 한 달여 전인 9월25일부터 사흘간 이미 이 코스에서 KLPGA 대회 팬텀클래식이 열렸다는 사실이다. 올 초에는 예정도 없었던 대회가 코로나19로 대회들이 취소된 상황에서 구원투수처럼 한 달 사이에 두 번이나 열리게 된 건 숨은 사연이 있다. 국내 메이저 대회 후원 기업들이 코로나19라는 예측못할 상황을 맞아 상당수 대회를 거뒀다. 한화클래식이나 하이트진로챔피언십과 같은 메이저 대회들은 오랜 역사와 큰 규모에도 불구하고 어려워진 경영 상황을 대비해 대회를 취소했다. 무려 18개의 대회가 그렇게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런 와중에 대회가 생긴 자체부터 고맙고 다행스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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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링스 영암은 2인승 카트가 페어웨이에 들어가고 2인 플레이 가능한 골프장이다.

특히 요즘처럼 골프장들이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는 시즌에 두 번이나 골프장을 무상으로 선뜻 내준 건 골프장을 만든 양덕준 사우스링스영암 회장의 결단에서 나왔다. 그는 골프장 회원권을 중개하던 에이스회원권거래소를 설립해 돈을 벌었다. 그리고 영종도의 스카이72를 추진했고 이어 전남 영암의 영암호 개펄을 이용한 45홀 골프장을 조성해냈다. 올초에 그는 “골프장 업계에서 돈을 벌었으니 우리나라 골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다”면서 “남녀 프로 대회가 생기면 코스를 무상으로 빌려주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그의 말은 무시됐다. 매년 성장세를 구가하던 KLPGA로서는 처음엔 남도 끝자락의 신설 코스에서 대회를 개최할 의지가 없었을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수많은 대회와 스폰서들이 나가 떨어지자 결국 사우스링스 영암에까지 연락이 왔고 골프장 대여료를 제외하고 상금만 내는 스폰서들이 생기면서 대회 두 개가 단 번에 성사됐다. 부킹조차 힘든 요즘의 황금 시즌에 골프장을 대회 코스로 내준 건 오너가 자신의 말을 지킨 신념이어서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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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송이가 지난달 이 코스에서 열린 팬텀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사진=KLPGA]

지난해 11월 개장한 사우스링스영암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45홀 전부 노캐디에 카트가 페어웨이에 진입할 수 있는 골프장이다. 페어웨이에는 고급 양잔디인 벤트그라스를 깔았지만 그린피가 10만원 내외의 저렴한 퍼블릭으로 소문나 있다. 요즘 수도권 골프장들이 카트비를 터무니없이 올리고 있지만 1인당 1만원대의 정책은 변함없다. 주중에는 7만원대부터 그린피가 시작해 주말에도 15만원을 넘지 않는다. 캐디 없이 알아서 라운드하는 '자율 골프'를 시험하는 곳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자율 골프에 익숙지 않은 골퍼들 때문에 진행에 문제도 생겼다. 캐디가 없으니까 볼을 여러 개 치는 몰상식한 골퍼들도 있었다. 하지만 골프장에서 꾸준히 계몽을 한 결과 골퍼들의 이용 습관도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골프장은 개장을 하면서 별도의 홍보도 하지 않았지만 올해 내내 풀부킹으로 꽉꽉 찼다.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할 수 있는 골프장으로 입소문이 났다. 하지만 저렴한 골프 비용에 2인 플레이도 가능한 운영 정책 때문인지 소위 말하는 ‘객단가’는 높지 않은 골프장이다. 그래도 골프장은 이 정책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현재 골프장 옆으로 18홀을 추가하고 있어 내년에 개장 예정이다. 앞으로 골프 아카데미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조만간 골프텔도 조성하고 있어 이곳은 향후 미국의 머틀비치나 벤든듄스와 같은 골프 휴양지로 성장할 수 있다.

한 달 전 이 코스에서 생애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안송이(30)가 시즌 2승을 거둘지 관심사다. 시즌 2승을 거두었으나 상금은 2위로 내려간 박현경(20)이 출전하는 대신 상금 1위로 올라선 김효주(25)는 숨고르기에 들어간 듯 이번 주를 쉰다. 매섭게 추격하는 선수들이 주목된다. 지난해 3승을 비롯해 올 시즌 13개 대회에서 9번 톱10에 드는 저력을 보인 임희정(20)은 시즌 첫승에 도전한다. 지난해 시즌 5승을 이루며 전관왕에 등극한 최혜진(21)도 올해 마수걸이 우승에 목마르다. 그는 올해 출전한 12개 대회에서 11번 톱10에 들었던 성적으로 대상포인트 1위에 올라있다. 영암호가 가까이 보이고 억새들이 흩날리는 탁 트인 광야에 눈맛 시원한 코스에서 선수들이 경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이 골프장으로서는 드러내지 않지만 홍보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