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경영활동을 영위하고 투자자들이 투자전략을 수립하는 등의 경제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 ‘예측가능성’이다. 미-중 무역분쟁이나 국제유가 등락 등 대외적 변수로 인한 변동성은 차치하더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금융 당국의 우선적인 역할은 금융투자시장의 안정화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그러나 최근 당국의 대응 양상을 보면 이미 발표한 정책의 공백을 메우는 후속 조치가 이어지고 있어, 자칫 시장참여자의 예측 가능성을 현저히 낮춤으로써 혼란만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투자시장에서 혁신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지난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단행한 이후 라임·옵티머스 등 부실한 사모펀드 운용사가 속출하고 투자자 손실 사태가 곳곳에서 터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시장의 실패가 나타나면서 당국이 부랴부랴 감독권한 강화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후속 조치로 사모펀드 투자자 자격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부실 자산운용사는 패스트트랙을 통해 조기 퇴출시키겠다는 등의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인위적인 시장 조정은 또 다른 ‘풍선효과’를 내게 마련이다. 사모펀드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들인 투자)’한 개인투자자를 어떻게 사전에 보호하고 손실 발생을 차단할 것인지 더 고민해야 한다.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어들이 나오면서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개인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친다. 현 공모주 청약 시스템이 여러 증권사의 복수 계좌를 가진 고액자산가들에게 유리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당국은 소액 청약자 우대, 추첨제 배정 등의 대책을 검토 중이다. 개인의 투자 기회를 넓힌다는 차원인데 실제 참여할 수 있는 개인은 역시나 고액자산가 등 소수에 그칠 전망이다.
연초 코스피지수가 급락하자 금융 당국은 오는 15일까지 6개월간 공매도 금지를 결정했고, 최근 다시 6개월 더 연장키로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향후 개인에게도 공매도 투자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이 수혜 역시 결국 소수 투자자에 국한될 여지가 크다.
‘위원장이 언급한 개인’이 일반직장인, 자영업자가 아니고 정보접근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고액자산가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제도 개선의 실익이 각양각색의 투자자 전반에 얼마나 골고루 나뉠지는 의문이다.
시장의 실패에 대한 당국의 개입은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나 100개의 시장 요구에 100개의 정책을 내놓으면서 사후 미봉책이 남발되면 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지고 당국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땜질 처방’보다는 ‘금융투자시장 활성화’라는 중장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당국의 역량을 감안할 때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