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이후 화재사고 때마다 ‘원인제거형’ 대책만

이번엔 발주부터 시공, 감리까지 전방위 대책 총망라

시공 중에 있는 건설현장의 화재를 예방하는데 방점

“안전 인식 개선…산재 실효적 처벌 강화도 필요”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정부가 대형화재 사고가 날 때마다 원인을 찾아내서 대책을 찔끔찔끔 쏟아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는 건설현장 화재사고 예방에 초점이 모아졌다. 공사 발주부터 시공, 감리까지 전방위적으로 대책을 총망라했다. 하지만 사고를 근본적으로 줄이려면 촘촘한 관리 못지 않게 비용절감보다 안전을 우선시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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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에 앞서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때도 대책을 내놨고, 2016년에는 화재저감 종합대책을, 2019년에는 ‘범정부 화재안전 특별대책’까지 내놨지만 이천 물류센터 건설현장의 대형참사를 막지 못했다. 그간 대책이 주로 완공된 건물만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시공 중인 건설현장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대책은 안전관리자 선임대상 확대,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작성 대상 확대가 골자였고, 2016년 대책은 주택, 피난약자 거주시설 등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노후전기시설 개선, 담배꽁초와 불법 소각행위 단속 강화가 주된 내용이었다. 2019년 대책은 고시원, 의료기관 및 전통시장, 석유·가스 저장시설 등 취약시설 관리를 위해 전기설비 안전기준 강화, 스프링클러설비 설치 의무화 및 비용지원,석유·가스 저장시설 검사 강화 등을 담았다.

정부 대책은 지금까지 작업공정이 수시로 변화하고 화재·폭발 등 다양한 위험요인이 잠재되어 있는 건설현장은 배제하고 있었다. 건설현장 화재사고는 2008년~2019년 간 총 109건으로 사망 182명, 부상 1730명에 달한다. 주로 중·소규모 건설현장에서 마감공사 중 유증기가 발생하거나 단열작업 단계에서 용접·용단의 불꽃 또는 전기누전에 의해 발생했다.

그간 정부의 잇따른 대책에도 대형화재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가연성 건축자재인 샌드위치판넬, 뿜칠 우레탄 등 대형화재 발생위험이 있는 자재를 여전히 사용하고 위험작업들이 사전조정 없이 혼재 또는 동시에 진행되는 등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제거가 미흡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화재위험 작업에 대한 안전규정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적격업체 선정 또는 적정공사 기간 산정 대상은 일정 규모 이상 대형공사만 해당되고 중소형 공사는 배제됐다. 인화성 물질 취급 작업시 환기장치는 물론, 가스경보기 등 안전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안전관리자나 화재감시자 등 현장 안전담당자들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위험 건설현장에 대한 관리·감독도 불충분했다. 기업의 관심이 비용 절감에 집중돼 있고 산재 처벌도 미미해 적극적인 안전경영을 유도하지 못했다.

이번 대책은 대책은 완공된 건축물을 대상으로 하는 화재대책과 달리 시공 중에 있는 건설현장의 화재를 예방하는데 방점을 뒀다. 특히 기업이 비용 절감보다는 근로자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또 건설공사의 단계별 위험요인을 파악해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계획단계의 적정공기 보장부터 화재발생 시 인명피해 최소화 대응체계 구축까지 건설공사 전체단계의 위험요인을 관리하고 안전 관련 규정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되도록 개선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책은 대형사고가 발생한후 ‘사후약방문격’으로 그때그때 상항에 대응해 나오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안전이 비용절감보다 더 중요한 가치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만든 대책이 현장에서 잘 적용되도록 하는 동시에 안전인식 개선과 경각심 고취를 위해 산재에 대한 실효적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