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30억 거래 26억대 매물로
은마·새아파트 ‘보유세 덜기’ 급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랜드마크 ‘반포 래미안퍼스티지’의 84㎡(이하 전용면적)이 26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내려갔다. 해당 물건은 고층으로 지난해 말 거래가는 30억원선이었고, 신고가는 31억원(2019년 10월)이었다. 약 4억원 가량 매물가격을 낮춘 셈이다.
반포동의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7억원 밑의 물건은 단지 내 한 건이고 이달 말까지 거래가 안되면 다시 거둬갈 보유세 경감용 다주택자 매물”이라며 “올해 보유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5월말까지 등기이전을 끝내야하기 때문에 이달말까지 매수자가 나타나야 거래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말대로라면 ‘일주일간의 강남 아파트 세일기간’이 본격화된 셈이다. 호가를 수억원 내린 물건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다만 ‘파격 할인’ 이면에는, 5월말 잔금을 치루고 등기 이전을 해서 6월 1일 기준으로 부과되는 올해 보유세 부담을 매수자가 가져가는 조건이 있다.
강남권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84㎡의 실거래가가 얼마전까지 20~21억원대에 신고됐는데, 최근 나온 매물은 19억원 밑이다. 18억8000만~18억9000만원 선에 팔겠다고 내놓은 이들이 많다.
지난해 말 거래가는 23억원 전후였고 지난달까지 21억 중반대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하락세가 피부로 다가온다. 최고가로부터 낙폭은 4억원, 최근 거래로부터는 10~20%대 할인이 나타난 셈이다.
대치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양도소득세의 일시적 완화 혜택 때문에 매물을 내놓기도 했지만,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하면서 부동산 시장 규제 방향이 이어갈 것이라는 실망에 나온 매물도 있다”며 “지금으로선 완전히 ‘매수자 우위’로 돌아선 시장”이라고 말했다.
강화된 보유세를 피하기 위한 움직임은 신축에서도 나온다.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84㎡는 저층이 23억원에 매물이 나와있다. 당초 내놓은 가격에서 1억원을 더 낮췄다. 세 부담이 큰 고령의 보유자가 호가를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같은 면적의 고층은 26억3000만원에 팔렸다.
이미 할인된 가격에 거래 완료된 실거래 신고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 현대 3차 82㎡는 지난달 26일 20억원에 팔렸는데, 이는 한달 전보다는 2억원대가 떨어진 값이다. 해당 규모는 2월에는 22억3000만원, 지난해 말에는 24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관심은 강남권 대표 단지에서 나타난 이 같은 수억원 하락세가 하반기에도 강남권 아파트의 전반적인 가격 하락세를 이끌 것인지 여부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약세 전망을 하고 있다. 코로나 19 영향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와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매수 수요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적어도 연말까지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점 대비 20~30% 하락한 급매물은 선별적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 하나, 가격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연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