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유포한 n번방 가해자들의 상당수가 10대 등 미성년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검거된 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 관련 피의자 221명 가운데 10대는 65명으로 전체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핵심 피의자인 ‘태평양원정대’ 운영자 이모(16) 군, n번방 2대 운영자인 ‘와치맨’ 전모 씨에게서 대화방을 이어받은 ‘커비’ 조모(18) 군, 로리대장태범 배모(19) 군 등이 모두 고등학생이다. n번방 회원들의 망명처로 알려진 디스코드에서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유포해 검거된 10명 중 8명도 미성년자다. 이 중에는 범행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12세 중학생도 포함됐다. 미성년인 이들은 어떻게 하다 디지털 ‘악마’가 됐을 까. 전문가들은 어릴 때부터 이들이 왜곡되고 가학적인 음란물에 노출돼, 성범죄에 무감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청소년 성상담센터 등으로부터 아이들의 성의식 실태를 들어봤다.

▶초등학교 4명중 1명 음란물 접해=“2018년에 한 초등학교 남자아이가 자위하는 영상을 남녀 학생이 같이 있는 학급 단체카카오톡 방에 올렸다. 학교가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다.” 한 지역 청소년성상담센터가 본지에 밝힌 사례다. 또 다른 지역 청소년성상담센터 관계자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수업시간에 성기사진을 그려서 학교측에서 연락이 왔다”며 “적을 해보니 다섯살 때 부모가 스마트폰 쥐어줬는데 우연히 음란물을 접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2017년 ‘초등6년 성의식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음란물을 본 적 있다’는 초등학교 6학년 응답자는 전체(1488명)의 25.5%였다. 처음 음란물을 접한 시기는 6학년(35.5%)과 5학년(34.5%)이 70%를 차지했다. 3학년 이전에 봤다는 응답도 15.0%나 됐다. 음란물을 접한 경로는 ‘우연히’가 55.2%로 가장 많았다. ‘스마트폰 검색 중’이라는 응답은 22.3%였다. ‘친구·형이 보여줘서’가 17.5%, ‘컴퓨터 하다가’가 5.0% 등이었다. 오세향 부천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포르노를 접하면서 이를 놀이로 인식한다”고 했다.

▶“음란물에 그려진 왜곡된 성의식, 현실에서도 그대로”=아이들은 불법촬영물에 자주 노출되며 불법촬영이 범죄라는 인식조차 옅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아이들은 불법촬영을 일종의 놀이로 생각하고 있다. 심기본 전주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수업시간에 몰래 빠져나가서 여자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에서 이를 적발하고 센터에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했다. 그는 “상담을 해보면 ‘그냥 재미로 했다’고 답한다”고 했다.

엄마가 놀라는 모습을 올리거나, 엄마가 화장을 하는 모습 등을 찍어 올리는 경우가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되기도 한다. 최강애 충주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아이들이 포르노는 기본적으로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아이들 스스로가 유튜브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엄마가 옷벗는 것도 몰래 찍어 올리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해결위해선 여성에 대한 사회분위기 바꾸고 성교육 강화해야”=아이들이 왜곡된 성의식을 갖지 않으려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고, 학과 교육으로 사실상 무시되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성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에 아이들에 대한 성교육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1년에 1시간이 정해져 있어도 중고등학교 가면 이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성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