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판매사 검사 첫발도 못떼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개별 투자자의 손실액이나 배상액 확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번 사태에 중요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목되는 은행 등 판매사에 대한 검사는 아직 첫발도 못 뗀 상태다. 검찰 수사 역시 난관이 커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라임 사태에 따른 사모펀드 제도개선 방향과 라임사태 실사결과를 14일 발표했다. 하지만 사태에 대한 대략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재발을 예방하는 수준에 그칠 뿐, 배상이나 처벌을 구체화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투자자의 손실률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금융감독원은 손실규모 확정이 급선무라 보고 업무를 진행해왔다. 삼일회계법인이 라임 펀드 자산의 실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환매 중단된 3개의 모펀드(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플루토 TF-1호) 가운데 2개 펀드(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에 대해서만 실사 결과가 나왔다.
실사가 늦게 시작된 플루토 TF-1호는 이달 말께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 펀드는 전체 6000억여원 중 40% 가량을 글로벌 운용사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에 투자했으며, IIG는 폰지 사기 의혹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등록 취소를 받아 투자금 전액을 날릴 위험에 있어 피해가 크다.
모펀드의 실사 결과가 모두 나오더라도 그에 딸린 173개 자펀드와 개인투자자의 손실 확인은 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에 따라 증권사에 우선 변제해야 하는 금액을 정해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TRS 금액을 제외하고 나면 투자자들이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라임과 은행 등 판매사, TRS 제공 증권사는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와 관련한 논의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쳐서 받는 결과 역시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펀드에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메자닌뿐만 아니라 사모채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타 운용사의 펀드, 벤처투자 펀드, PE(사모펀드) 출자 등 다양한 자산이 있어서 일률적인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캄보디아 리조트 사업 등 부실자산에 대한 평가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순차적으로 공개될 자펀드 기준가격에 따라 손실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만기까지 도래해서 상환이 이뤄져야 손실이 확정되는 것이고, 이 과정을 지켜보며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실 규모를 따지는 문제 못지 않게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의 14일 발표는 운용상 문제점에 대한 중간검사 결과다. 불완전 판매와 같은 판매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서는 아직 검사도 시작되지 않았다.
투자자들이 라임과 판매사들을 상대로 제기할 소송도 오리무중이다. 일반적으로 손해배상 소송은 피해액과 책임당사자 및 책임비율이 확정이 돼야 판결을 할 수 있다. 현재로선 이 중 어떤 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
법조전문가들은 1심 판결이 나는 데만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가 판매사를 상대로 ‘투자원금을 돌려 달라’는 취지의 계약취소소송도 병행해서 제기했지만, 법원에서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이승환·김성훈·박준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