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용성광’ 지역도 대출받아 집사기 불가능

내년 봄 역대급 거래절벽 집값조정 불가피

실수요자·세입자가 부작용 떠안을 수 있어

정부가 16일 기습 발표한 ‘12·16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의 직격탄을 맞는 곳은 사상초유의 ‘대출 전면 금지’를 적용받게 된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 시장이다. 9억원 이상 주택도 대출 한도가 크게 줄었다. 문재인 정부의 18번째 부동산 정책인 이번 대책에선 이례적으로 9억원과 15억원의 선을 그어, 대상을 구체화했다. 이렇게 되면 강남 3구는 사실상 모두 규제 대책에 포함될 뿐더러 마·용·성·광(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광진구) 등도 ‘대출 받아 집사기’가 제한된다.

▶현금부자, 증여 없이는 강남 집 못사나=예고없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 관계부처가 총출동해 발표한 이번 대책은 당장 17일부터 적용된다. 때문에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먼저 핵심지로 꼽히는 서울시 7개 자치구에 대출 받기가 힘들어진다. KB국민은행 시세 기준 서울 강남구의 84㎡(이하 전용면적)기준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5억 9605만원이다. 강남구에서 국민주택규모의 아파트 매매는 현금을 가진 이들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 밖에 서초, 송파를 비롯해 마포, 용산, 성동, 광진 등 6개 구도 84㎡의 평균 매매가 9억원이 넘어 대출받기 어렵게 됐다.

때문에 정부가 오히려 ‘강남에 성을 쌓았다’는 표현도 나온다. 특히 30~40대에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에 나서려던 이들에게는 직격탄이다. 앞서 청약 가점도 낮아 ‘청포(청약포기)족’이라 불리는 이들이 직장과 가까운 강남 지역이나 마포구나 용산구 등의 신축·구축 아파트를 사들이며 집값 상승을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고소득 맞벌이 부부 혹은 부모로부터 증여를 받지 않고서는, 서울 시내 핵심지로 진입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집값 급등이 본격화된 지난 2018년 서울 강남3구 주택 증여는 2만4765건으로 전년(1만4860건)에 비해 66.7%나 늘었다. 특히 강남구는 이 기간 1077건에서 2782건으로 주택 증여가 늘면서 158.3%라는 기록적 상승세를 보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는 “대출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가 집을 못사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투기적 수요 1명 차단을 위해 선량한 수요자 10명을 비정상으로 몰아가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내년 봄 역대급 거래절벽 오나=강남 집값은 거래가 줄면서 가격 조정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추세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지는 의문이다.

우선 고가주택 수요를 대출 차단이라는 강력책으로 전면 차단하면서 집 사기가 어려워졌다. 살 사람이 없으면, 보유세 인상에도 팔 수가 없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일시감면에 따른 매물 출회 효과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0년이상 장기보유자의 양도세 한시완화 조건에서 조정지역은 공제가 되지 않아 기본 세율 46.2%를 받는다”면서 “최고세율 68.2%보다 낮지만 공제가 없어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이미 투자 시장에서 강남 부동산이 ‘안전자산’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오히려 정부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대출과 세금 규제에 이미 내성이 생겼다”면서 “강남 부동산은 더 들어오기 어려워졌는데 세금을 감당하면서 버틸 것이다”고 내다봤다.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지 못하게 막았다지만, 한국은행의 시중통화량을 뜻하는 광의통화(M2)는 지난 9월 기준 2853조다. 시중에 투자처 잃은 유동자금 규모가 사상 최대치란 얘기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이 강화되면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낮은 강남 재건축 시장에 집주인이 전세 세입자를 내보내고 본인의 거주요건을 채우기 시작하면 강남발 ‘전세대란’의 악순환이 예고되기도 한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의 매매 호가는 24억원에 달하는 반면, 전세가는 6억원대다. 대치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에서 조정지역의 양도세 감면 조건 강화 이후,여유가 있는 집주인은 아예 전입신고 후 집을 비워두고 있다”며 “전세만기 도래시 대출금반환이 이뤄진다면 집주인이 거주요건을 채우려 세입자를 내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갈아타기’ 중산층 실수요자의 진입장벽 역시 높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0억원 이상 이 지역 주택 구입자의 상당수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않아도 매수 가능한 이들”이라며 “오히려 부의 양극화를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연진·양대근 기자/yj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