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음악으로 만나 음악을 나누며 20년이라는 시간의 길이를 공유한 세 뮤지션 윤상, 유희열, 이적의 페루 여행이 막을 내렸다. 이젠 아빠이자 가장이라는 중년의 무게도 안은 세 사람이지만, 숫자로의 청춘을 함께 했기에 다시 청춘으로 살 수 있는 여행이었다.

나영석 PD는 프로그램 시작에 앞서 진행된 ‘꽃보다 청춘’의 제작표회에서 “‘청춘’이라는 소재를 쓰지 않으면 ‘꽃보다’ 시리즈가 마무리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며 “젊은이들의 여행은 그리 특별한게 없늘 수도 있다. 여행은 개인적인 경험이고, 나이 든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나 여행을 통해 공감을 줄 수 있는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40대 청춘들의 여행은 그간 친구, 아빠, 뮤지션이라는 테마 안에 그들이 돌아보고 살아갈 청춘의 의미를 담았고, 그 완결편 격이었던 29일 방송분에선 윤상 유희열 이적이 떠난 페루여행의 종착지인 마추픽추에서의 일정을 통해 그들이 말하는 ‘청춘’을 돌아봤다.

유희열은 방송에서 “어릴 때는 꿈이 있었다. 세계7대불가사의를 다 보고 죽는 게 꿈이었다”며 “그런데 그 꿈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전이었다. 내게 꿈이 사라졌구나”라는 걸 새삼 느끼며 이번 페루여행에 몸을 실었다. 잊었던 꿈 한 조각을 꺼내보게 했던 마지막 여정이 바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마추픽추였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마추픽추로 향한 세 사람에겐 이번 여행 동안 가장 큰 난관을 만났다. 체력의 한계나 고산병, 사소할 수 있는 마찰이 아닌 기대감에 대한 실망이었다. “우리가 그동안 너무 별 일 없이 여행을 잘 보냈구나. 그동안의 운을 다 써버린 것 같다”는 이적의 말처럼 세 사람 앞엔 잉카제국의 마지막 터전 대신 짙고 뿌연 안개만이 광활하게 펼쳐졌다. 건기 동안에 95%의 날들이 해가 쨍쨍하다는데, 하필이면 세 사람의 마지막 여정날은 운이 나빴다.

그간 ‘긍정 에너지’를 발산했던 유희열에겐 아쉬움이 더 깊이 묻어났다. 잊었던 꿈을 중년이 된 어느 날 다시금 마주할 줄 알았지만, 유희열은 “마치 ‘다 좋을 순 없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는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주저앉지는 않았다. 세 사람은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안개가 거치고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낼 마추픽추를 기다렸다.

거짓말처럼 그들 앞에는 잉카의 숨결이 여전히 남아있는 마추픽추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말 없이 눈 앞에 펼쳐진 역사 속 장면들을 새겨넣은 세 사람의 눈물은 단지 장엄하게 사라진 제국을 마주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함께해왔던 시간의 흔적들이 떠오르고, 동료이자 친구이며 평생을 함께 걸어갈 동지로서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하나로 엮여 이어졌다는 이유가 당연히 따라왔다. 그리고 함께 걸어가고 있는 또 다른 친구들의 얼굴들도 스쳤다.

이적은 “뮤지션으로 서로의 음악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좋아하기는 힘든 일이다. 서로의 음악을 좋아하고 인정하기 때문에 불현듯 보고 싶고 오래 만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들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돌아봤다. 유희열도 두 사람의 이름과 함께 신해철 김동률 윤종신 김현철의 이름을 꺼내며 “우리는 누구 하나라도 빼놓을 수 없는 하나가 됐다. 더 먼 훗날이 되면 정말로 따로 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한 팀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 역시 “윤종신 유희열 윤상은 누구 하나라도 도태된다면 서로에게 데미지가 너무 세다”며 발 맞춰 함께 걸어가고 있는 그들의 현재에 고마움과 벅찬 감동까지 전했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고, 여전히 함께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함께 하리란 믿음이 있기에 여전히 ‘청춘’일 수 있는 세 사람에게 여행의 가장 큰 테마였던 ‘청춘’은 어떤 의미였을까.

유희열은 “내 스스로에게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았다. 이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난 (내 나이가)청춘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주일간 난 바뀌었다. 케세라세라! 난 내 멋대로 될거야’’라고 청춘의 의미를 전했다.

윤상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어릴 적부터 들어왔지만, 그 말이 정말 맞는 말이구나를 확인했다. 어떻게 하면 확인할 수 있냐고? ‘움직여라!라며, “청춘이란? ‘용기’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고, 난 젊다”고 말했다. 이적은 “(사람들이 말한 청춘의 의미가) 뻔하게 들릴 수 있는데 ‘역시 그렇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 페루의 마추픽추에 온 사람들은 청춘이다. 국적·나이에 상관없이 기운이 있다. 그게 청춘이 아닐까”라고 전했다.

함께 했기에 행복했고 뜨거운 눈물이 있었고 다시 돌아가 청춘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을 전해준 ‘꽃보다 청춘’ 5화는 케이블, IPTV, 위성 포함 유료플랫폼 시청률에서 평균 4.8%, 최고 5.8%를 기록하며 첫방송 이래 5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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