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재정 확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재정을 통해 저성장, 저고용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건전재정의 원칙이 훼손되었다.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는 약 26만명 늘었지만 대부분 단기 공공 일자리다.

예산이 투입되는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와 농업어업에서 35만명 늘었다. 제조업과 도소매업에서는 21만명 줄었다. 경제활동의 중심축인 30·40대 일자리는 24만명 가량 줄었다. 최저임금 급등으로 자영업자가 한계 상황에 내몰렸다.

지난 12월 자영업자 폐업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지급, 실업급여 지출이 크게 늘어 재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 성장과 고용에 의미있는 기여를 하지 못하고 건전재정의 틀을 왜곡시키는 역기능을 하고 있다. 연례 행사처럼 반복되는 추경 편성이야말로 재정 만능주의의 대표 사례다.

최근 방한한 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는 한국 경제가 중단기적 역풍을 맞고 있어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부내에서 10조원 내외 편성이 기정사실화 되는 양상이다.

470조원 수퍼 예산을 집행한지 3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추경 움직임이 구체화되는 것은 매우 예외적 현상이다. 사실상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다. 추경 만성화가 뉴노멀이 되었다. 국가재정법상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했을 때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미세먼지발 추경이 이런 사유에 적합한지에는 적잖은 논란이 있다.

올해도 추경을 하면 5년 연속 편성이 이루어지게 된다. 세수 여건이 좋았던 작년과는 달리 금년에는 ‘세수 불황’을 걱정해야 할 때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예상 성장률을 2.1%로 하향조정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작년 하반기부터 한국 주력 기업의 신용도가 하락하고 있음을 경고했다. 경기 악화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 필요성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경제가 여러 측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는 정부 발표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지난해 추경 사업 중 집행이 완료된 사업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스마트관광 활성화, 관광레저기반 구축, 시장경영 혁신지원, 드론조종인력 양성사업은 집행률이 20% 미만이다.

지방정부의 선심성 돈풀기는 도를 넘었다. 성남시는 3년전부터 연 100만원 상당의 지역 상품권을 주는 ‘청년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부산 울산 등 다른 자치단체도 유사한 제도를 도입할 움직임이다. 경기도는 4월부터 청년배당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분기당 25만원씩 1년간 지급하는데 17만5000명이 대상이다. 현금 복지는 한번 실시하면 중단하기 어려운 중독성 강한 정책이다. 그리스, 아르헨티나 등이 재정위기에 빠진 것도 과도한 선심성 복지 때문이었다.

24조원 규모에 달하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결정도 문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예타 면제 사업 규모는 올 예산 470조원의 5%에 달한다. 80%가 사회간접자본(SOC)에 집중돼 내년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많다. 예타는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정권 출범 이후 벌써 29조원에 달한다. 이명박 정부때 60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54조원이 투입됐지만 고용 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최근 방한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로머 교수는 “아무것도 배울게 없는 공공 일자리는 오히려 인적자본을 파괴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민간기업이다. 미국은 최근 월 18만6000명씩 일자리를 창출하며 경제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 감세, 규제완화, 제조업 활성화 등 친시장 정책이 일자리 풍년을 가져왔다.

탈원전, 소득주도 성장, 건강보험 확대로 지난 2년간 기금과 공기업의 수지 악화 규모는 약 14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외풍에 약한 소규모 개방경제다. 건전한 재정이 마지막 보루다. 공자는 정치의 요체는 재물을 아끼는 정재절재(政在節財)임을 역설했다. 책임있는 나라살림을 기대한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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