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각해지는 소득 양극화…기회확대 · 일자리 창출만이 해법 능력중시로 고용패러다임 바꾸고…체계적 재교육·전직지원 강화를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 진작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임금과 배당 정책을 통해 소비를 촉진하고 성장을 견인하자는 것이 기본 골자다. 새 경제팀의 출범을 계기로 성장의 과실을 효율적으로 나눌 수 있는 분배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Thomas Piketty) 교수의 ‘21세기 자본론’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선진국에서 발생한 소득양극화 문제는 우리에게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기 때문이다. 피케티는 불평등의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노동소득분배율이 1999년 77%에서 2012년 73%로 하락했고 1980년 이후 실질임금 상승률은 생산성 증가율의 절반에 불과했다. 그런가 하면 1979년부터 2012년까지 상위 1%계층의 소득은 154% 증가한 반면 하위 20%는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상위 1%가 총소득의 20%, 상위 10%가 약 50% 가까이 차지하는 등 심각한 양극화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상위 10% 소득집중도는 45.5%로, 일본(40.5%), 프랑스(32.6%)보다 높다. 상위 1%의 소득 비중은 12.4%다. 이철희 서울대 교수 연구는 45~54세 장년기 소득 대비 노후소득 대체율이 65세 50%, 70세 40%, 75세 30%로 적정 대체율 50~70%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 ‘2014년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88.9%가 빈부갈등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국가미래연구원의 ‘2014 사회인식조사보고서’에서는 부의 분배가 불공정하다는 비율이 91.3%, 빈부격차가 심각하다는 비율이 93.6%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성장과 분배의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밀물은 모든 배를 띄운다’는 성장 위주의 경제논리는 점점 명분을 잃어가고 있다. 상위층의 소득증가가 각 계층에 골고루 확산된다는 ‘낙수효과’ 역시 실증적으로 입증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 법인세율을 3% 낮췄지만 2009~2013년 기업 설비 투자증가율은 연 3.5%에 그쳤다. 성장을 중시하는 국제통화기금(IMF)조차도 ‘과도한 불평등은 성장을 저해하고 적정한 분배는 국민경제에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기회 확대와 일자리 창출 만이 유용한 해법이다. 교육의 기회를 확대해 많은 사람이 기회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자생력을 키워줘야 한다. 청년실업률이 10%를 웃도는 사회에서 청년의 미래는 없다. 스펙이나 학력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고용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베이비부머 등 신(新)중년 고용도 활성화돼야 한다. 다수의 베이비부머가 생계형 자영업에 나섰지만 창업 후 5년 생존율이 43%에 불과하고 평균 부채도 1억1800만원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인생 이모작이 가능하도록 체계적인 재교육과 전직 지원 시스템이 강화돼야 한다. 53.2%에 불과한 여성 고용률도 끌어올려야 한다. 대졸 경력단절여성의 사회적 비용이 30조원에 달하고 있다.
최저임금제 인상도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적정선을 찾아 단계적으로 올리겠다’는 발언을 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글로벌 스탠더드다.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고려될 수 있다. 최저임금이 10% 정도 오를 경우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적지 않다는 실증 연구 결과도 있다. 독일이 사상 처음으로 8.5유로 최저임금제를 도입했고 미국도 10.1달러로 인상을 추진 중이다. 교육과 고용이야말로 최상의 분배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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