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백두산에 갔다. 예정에 없던 깜짝 이벤트다. 비록 그가 꿈꿨던 트레킹은 아니다. 대부분 구간은 차량을 이용했고, 천지에 이르는 마지막 구간엔 케이블카(삭도)가 사용됐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백두산 방문은 상징 의미가 크다. 올해 4월 판문점 군사분계선 위로 첫 악수를 한 이후 이뤄낸 적지 않은 성과물들의 결과가 문 대통령의 백두산 방문으로 이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백두산 방문은 그만의 독특한 상상력 탓에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문 대통령은 아직 한번도 백두산을 가본적이 없다. ‘우리 땅을 밟고 올라 백두산 천지를 보고싶다’는 상상이었다. 북한을 통해 백두산에 오를 지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문 대통령은 항상 그런 꿈을 꿨다. 문 대통령이 ‘중국을 통해 백두산에 올라보시라’는 중국 측 제언을 여러차례 거절했던 것도 그의 고집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사실 소문난 등산광이다. 취미가 등산이고 산이 있는 곳이라면 네팔까지도 날아간다. 참여정부 시절 비서실장을 그만두고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났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듣고 급거 귀국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후에도 문 대통령은 지인들과 함께 트레킹을 즐긴다. 2012년 대선 패배 후 있었던 그의 정치 복귀 선언도 북한산 산행 이후 이뤄졌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청와대 기자들과 산행을 하기도 했다. 소위 ‘산 사나이’다.
19일 발표된 ‘평양 공동선언’에 대한 분석은 엇갈린다. 세가지 의제 가운데 ‘비핵화’란 문구가 평양 선언엔 안들어 갔기 때문이다. 대신 ‘핵무기와 핵위협으로부터 안전한 평화의 땅’을 만들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육성 발언이 공개된 것은 의미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청와대가 평양 선언 이후 밝힌 ‘실질적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 측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관건이다. 종전선언의 주체는 남북미 3국이어야 한다는 미국 국무부의 입장과 다소 배치되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의 비핵화와 보폭을 맞춰 진행돼야 한다는 미국 의회와 미국 행정부 내 다수파 의견과도 다소 결을 달리한다. 미국측의 ‘과속 우려’를 불식시킬 묘안이 문재인 정부로선 필요한 셈이다.
청와대는 ‘연내 종전선언’을 꿈꾼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해, 남북미 3국이 하는 종전선언을 구상중이다. 그러나 여기엔 미중 간 알력이 또다른 걸림돌이다. 중국은 평양 남북정상회담 기간 중인 19일 미국 정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고관세를 부과키로 한 데 대한 대응 차원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단기간 내 해소가 어려운 국제 분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상태다.
이제 다시 관심은 ‘다음번’이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에서 있을 또다른 ‘깜짝 이벤트’가 무엇이냐다. 문 대통령이 백두산을 방문하고 답방 차원으로 김 위원장이 한라산을 방문하면 소위 ‘백두에서 한라까지’가 완성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방북 첫날인 18일 만찬 건배사에서 “백두에서 한라까지 남북 8000만 겨레 모두의 하나됨을 위하여”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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