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영훈ㆍ권도경 기자] 지나치게 보수적인 한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올들어 늘어나고 있다. 연초부터 지난 4일까지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SK텔레콤 등 대형우량주(株)의 자사주 매입 가능성에도 어느때보다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증시 대장주들의 ‘주주환원 정책’이 배당 확대보다는 자사주 매입에 더 집중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체 주식시장에서 올초부터 지난 4일까지 상장사의 자사수 매입 규모는 1조23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기간(6911억원)과 비교하면 48%나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입건수도 지난해 48건에서 60건으로 25% 가량 늘어났다.
시장별로 보면 규모는 대형사들이 몰려 있는 코스피(9677억원)가 코스닥(560억원)보다 월등히 많지만 건수로만 보면 코스닥 37건, 코스피 23건으로 상대적으로 코스닥업체들이 자사주 매입에 좀더 적극적이었다.
▶주가방어, 주주달래기= 하나투어와 미원상사, NHN엔터테인먼트 등은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업체로 꼽힌다. 특히 하나투어는 주가 안정을 위해 올들어서만 4번이나 자사주를 매입했다. 들어간 비용만 262억4000만원에 이른다. NHN엔터테인먼트는 248억570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미원상사도 올들어서만 세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사들였다.
특히 대형주 장세 속에서 소외된 코스닥 업체들은 ‘주주달래기’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보톡스제조업체 메디톡스는 주가가 떨어지자 올들어 4차례에 걸쳐 자사주 25만주를 취득했고, 무선통신부품업체 와이솔도 지난 2월초와 6월말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50만주를 매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의 회사 주식 취득이나 자사주 매입은 주주 달래기 뿐만 아니라 회사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자사주 매입은 경영권 방어와 재무구조 개선, 운영자금조달, 주주이익 높이기 등 다양한 포석으로 이용된다”고 말했다.
▶대형 우량株도 자사주 매입?= 대형 우량주의 자사주 매입은 요즘 시장의 큰 관심사 중 하나다. 특히 중간배당을 예년과 마찬가지로 보통주 1주당 500원으로 정해 시장에 실망감을 안긴 삼성전자가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으로 결국 자사주 매입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삼성전자가 배당 확대보다는 자사주 매입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 이후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올해 자사주 매입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와 SK텔레콤도 자사주 매입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배당수익률은 3.7%로 대형 상장업체 중 최고 수준이지만. 자사주 매입 가능성도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대형 우량주들이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크게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배당과 함께 한국 기업들의 소극적인 자사주 매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불러오는 주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
par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