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수기업 맥끊은 상속세율 최고 65%…세계 최고수준 - 상속세 납부 위해 지분 매각 ‘경영권 불안’ 가중 - 편법 상속 활개ㆍ소액주주 피해 등 부작용 속출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7개 vs 5만개’
한국과 일본의 100년 이상 장수기업 보유 현황이다.
국내 기업 중 100년이 넘는 장수기업은 7개(두산, 신한은행(옛 조흥은행), 동화약품, 우리은행, 몽고식품, ㈜광장, 보진재) 뿐이다. 일본은 100년 이상 장수기업이 5만여개, 200년 이상은 3100여개, 1000년 이상인 기업도 7개에 이른다.
전체 기업 평균 역사가 20년(16.8년)도 채 되지 않고, 50년 넘는 회사가 전체의 2.13%에 그치는 한국과는 확연히 다르다.
기업 상속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징벌적 수준의 높은 상속세다. 국내 상속세율은 최고 50%(할증시 65%)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최고세율(26.3%)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한국 전쟁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이끈 1세대와 2세대 창업주들이 대거 은퇴하며 가업 승계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이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징벌적 상속세율로 승계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고(故) 이수영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아들 이우현 OCI 사장이 지분 상속 과정에서 높은 상속세로 인해 상속 지분을 매각하며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놓고 3대주주가 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OCI는 다행히 친족 중심의 이사회 운영으로 경영권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언제든 분쟁의 불씨는 남아있는 셈이다.
4대 그룹 중 최초로 4세 경영을 시작한 LG그룹의 구광모 회장도 고(故) 구본무 회장의 지분(11.28%)을 넘겨받는데 따른 상속세가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비단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ㆍ중견기업들도 고령에 접어든 창업주들의 승계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높은 상속세 장벽에 부딪혀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5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7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 기업의 10곳 중 7곳이 가업을 승계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42.2%)과 2016년(66.2%)에 이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응답기업의 67.8%가 가업승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상속세 등 조세부담’을 꼽았다. 뒤따른 ‘자금·판로 등 종합적 지원정책 부족’(17.4%), ‘거래처 물량 축소, 관계 악화’(3.0%), ‘가족과 갈등’(2.8%) 등의 이유에 비해 압도적으로 비율이 높다.
실제 높은 상속세율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경영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코스닥에 상장된 라텍스 고무제품 생산ㆍ판매업체인 유니더스는 지난해 경영 2세인 김성훈 대표가 상속세 50억원 부담을 이유로 경영권을 매각했다.
세계 1위 손톱깍이 업체인 ‘쓰리세븐’도 창업주 고(故) 김형규 회장이 별세하며 유족들에게 150억원의 상속세가 부과되자 세금을 내지 못하고 회사 지분 전량을 중외홀딩스에 팔았다.
가업상속재산 중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해주는 ‘기업상속공제제도’가 있긴 하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현실을 담아내기엔 역부족이다.
연매출 3000억원 이상 기업은 제외되고, 300억원 공제 한도 대상은 가업 15년이상에서 20년이상으로, 500억원은 20년이상에서 30년이상으로 각각 상향조정됐다.
상속세 부담 탓에 각종 편법 승계 등 폐해도 속출하고 있다.
상속세와 증여세 간 과세방식 차이를 자산가들이 양도소득세를 적게 내는 편법으로 이용하는가 하면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사업을 줄이고 해외로 탈출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공익재단이나 일감몰아주기 등 꼼수 상속도 증가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을 파는 오너 일가 탓에 회사 주가가 떨어져 소액주주들에 피해가 전가되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업 승계를 ‘부(富)의 대물림’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소득형성과정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가정해 높은 상속세율을 유지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조세 인프라가 갖춰진 만큼 상속세를 소득세보다 높지 않도록 낮추고 궁극적으로는 상속세를 없애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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