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박과 열차 사고 등 각종 재난안전 사고가 잇따르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대부분 안전불감증과 과실로 인한 사고다. 지난 ‘세월호 참사’를 보며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주임검사로서 ‘데자뷰’ 현상을 느꼈다.

삼풍백화점은 원래 4층짜리 유희 시설(운동 및 오락시설)을 위해 지어진 건물이었지만 나중에 5층짜리 백화점으로 슬쩍 용도변경 됐다. 유희시설과 백화점은 아예 건축 구조가 다르다. 증축하면 안 되는 배를 불법으로 개조하고, 과적 운항하고 제대로 선박 검사를 하지 않은 세월호와 똑 닮았다.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그 트라우마가 여전했다. 안전이란 기본을 지켰을 때 담보된다는 걸 그때 절감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이 “기본업무를 혁신하자”는 것이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지 19년 지녔지만 ‘안전’보다 ‘성과’를 중시하는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은 고쳐지지 않았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 수준에 비해 전기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화재사고 중 20~22%가 전기로 인한 것이다. 일본(14%), 미국(12%), 뉴질랜드(5%)보다 훨씬 높다. 전기화재 예방 수준이 우리의 경제만큼 글로벌 수준에 달했다고 여전히 말하기에는 어렵다. 전기화재가 많은 이유는 아직 노후화된 주택과, 주택이 밀집된 곳이 많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문제다. 전기점검 기술력 자체는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이 같은 차이를 키우는 것일까? 이를 위해 전기안전공사는 최근 벤치마킹 차원에서 직원들을 뉴질랜드로 급파했다. 전기재해 예방 선진국인 뉴질랜드의 사례를 연구하기 위해서다. 보고서는 예상 밖이었다. 한 마디로 ‘쇼킹’했다. 뉴질랜드의 전기설비는 우리나라의 70~80년대 수준에 불과했다. 일부 지역에선 전선에 피복을 입히지도 않은 구리선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열악한 설비 수준에도 불구하고 낮은 사고율을 유지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바로 ‘안전’에 관한 인식과 제도의 차이였다.

뉴질랜드는 전기관련 불안전 행위 시 처벌 규정이 강력했다. 무엇보다 점검에 임하는 국민들의 태도 등 ‘안전인식’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평상시 전기점검을 나가면 행여나 싶어 문도 안 열어주는 우리의 경우와 사정이 달랐다. 결국 설비가 아닌 인식의 차이가 전기안전 선진국과 후진국일 수 있는 우리나라와의 차이를 낳았다. 우리의 안전의식은 ‘빨리빨리’와 ‘대충주의’로 대변되는 고도산업화 논리에 밀려 상대적으로 등한시됐다.

전기화재 점유율이 20%대에 머물러 있는 것은 국가적 위신의 문제다. 실질적으로는 우리의 전기안전기술에 관한 대외신인도가 떨어져 기술 수출을 가로막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외국에서 우리의 전기안전기술을 평가할 때 흔히 ‘전기재해율’을 따진다.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최고의 재난 예방은 머리가 아닌 몸이 스스로 알 때까지 안전수칙을 익히는 것뿐이다. “안전이 없으면 행복도 없다”는 것을 우리 몸이 알 때까지 원칙과 기본을 지켜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