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 ‘나눔 만족감’ㆍ매출 증대ㆍ사회공헌 ‘일석삼조’ 노려 [헤럴드경제=신상윤ㆍ서상범 기자]LG전자는 최근 유니세프(UNICEFㆍ국제연합아동기금)를 통해 고객과 ‘특별한 기부’를 했다. 물(습기)을 모으는 가전제품인 ‘휘센’ 제습기 구매 고객의 이름으로 물이 부족한 나라 어린이들에게 식수 30만ℓ를 선물한 것. 이를 위해 LG전자는 지난 5월 말부터 6월 말까지 프로젝트를 펼쳤다. 제습기를 산 고객이 ‘기부 스티커’에 이름을 써 매장 내 포스터에 붙이면 고객 이름으로 물 1ℓ를 기부하는 방식이었다.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면서 기부까지 참여한 대표적 사례다.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사람들은 구세군 자선냄비, 사랑의 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함 등에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이라도 넣는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누군가를 도왔다’는 뿌듯함이 자신에게도 위안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제는 늦봄에서 초여름까지 이벤트가 펼쳐진 LG전자의 사례처럼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연말연시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기업들이 고객과 함께하는 ‘나눔 쇼핑’에 최근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나눔 쇼핑’은 고객이 상품 구매를 통해 기부를 일상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마케팅이다. 대개 판매된 수익만큼 기업이 매칭으로 기부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기업이 고객 이름으로 사회복지단체 등에 기부를 하기도 한다.
‘나눔 쇼핑’은 고객의 상품 구매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통상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업체들이 활발하게 추진한다.
현대자동차는 아동복지단체 초록마을 어린이재단과 연계해 희귀 난치병을 앓는 저소득 가정 어린이ㆍ청소년 지원을 위한 ‘블루멤버스 드림펀드’ 사업을 진행했다.
현대차는 지난 3~4월 고객이 차량 구매 시 적립받은 ‘블루멤버스 포인트’ 5만점을 기부하면 같은 금액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차량 1대 출고 시 10만원씩 총 10억원을 적립해 주요 병원과 기부 프로그램인 MBC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에 기탁했다.
SK에너지는 고객들과 ‘SK엔크린 사랑의 책나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일선 SK 주유소들과 함께 전국 지역아동센터 4000여 곳에 책과 도서관을 선물하는 활동으로, 기금 56억원 마련을 목표로 2015년까지 3년간 운영되는 장기 프로그램이다.
고객은 SK 주유소에서 주유할 떄마다 주유 횟수당 5원씩 기부할 수 있다. SK에너지도 기부금을 보태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기금 약 13억원을 마련했다.
‘나눔 쇼핑’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사회적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상생을 돕기도 한다. 무궁화전자는 1994년 삼성전자가 장애인 고용을 위해 설립해 출연한 사회적기업으로, 전 임직원의 80%가 1~2급 중증 장애인이다.
무궁화전자는 현재 삼성전자의 핸디형 청소기 등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생산하고 있다. 무궁화전자가 납품한 삼성전자 제품을 구매하면 사실상 장애인 사회적기업과 중소기업을 돕게 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나눔 쇼핑’은 연말연시에 흔히 보이는 ‘베풀기’ 식 기부가 아닌 고객이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며 실익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방식으로 기부가 진행된다”며 “이를 통해 기업들은 기부의 눈높이를 낮춰 매출 상승은 물론 사회공헌과 고객 만족이까지 일석삼조를 노리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