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입법활동이 1번인데, 선후가 바뀌어 지역구가 1번, 정당이 2번, 입법활동이 3번이 되는 것은 있어선 안 된다.”
지난 28일 퇴임을 하루 앞둔 정세균 국회의장의 일성이다. 국회 관행과 문화, 제도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면 끊임없는 노력으로 일하는 국회,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가 돼야 한다는 정 의장의 퇴임 소회는 20대 국회 후반기를 맞는 시점에서 정치권이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2016년 5월 30일 20대 국회가 개원하고 정확히 2년의 시간이 흘렀다. 통상 국회의원의 4년 임기 동안 국회는 2년을 기점으로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눈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단과 각 상임위원회도 2년 단위로 교체가 된다. 정 의장도 29일 전반기 의장 임기를 마쳤다.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항상 갖게 되는 기대감은 20대 국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20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180석까지 확보하며 압승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으나 19대 국회에서 벌어졌던 정쟁과 반목은 그 같은 예측에서 크게 벗어난 결과를 도출했다.
새누리당 122석, 더불어민주당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이라는 의외의 결과에 여론조사 무용론이 대두될 정도였다. 그런 의미에서 20대 국회는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 달라져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겠다며 힘차게 개원했다.
2년간 20대 국회 전반기를 갈무리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단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 처리다. 헌정사상 초유의 국가위기 상황이었지만 국회는 헌법이 정한 절차와 규정을 따라 탄핵안을 처리했다. 지난해 5ㆍ9 대선으로 뒤바뀐 여야의 평가는 아직도 엇갈리고 있지만 헌정 중단과 국정 공백 없이 새 정부의 출범을 견인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탄핵안 처리를 제외하면 국회의 ‘1번 활동’인 입법활동만 보더라도 20대 국회 전반기의 성과는 미미하기 그지없다. 3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 접수된 법률안은 모두 1만3935건으로, 이 중 처리된 법안 건수는 4093건으로 미처리되고 계류된 법안은 9842건에 이른다.
4월 임시국회는 본회의를 한번도 열지 못했고, 5월 임시국회도 28일 20대 국회 전반기 마지막 본회의라는 점에서 한 차례 열었을 뿐이다. ‘식물국회’가 계속되자 정 의장을 비롯한 일부 의원은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얘기도 나왔다.
20대 국회 전반기는 국내법상 최고법인 헌법마저 외면했다. 2016년 12월 말부터 국회 헌법개정특위(현 헌법개정ㆍ정치개혁특위)가 가동되면서 1987년 이후 변화한 시대상과 시대정신,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낼 새 헌법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다. 지난 대선 당시 모든 여야 후보가 개헌을 공약하기도 했다.
국회 개헌특위는 1년 반 동안의 가동에도 아무런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또 국회 외 헌법상 다른 개헌 발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26일 정부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여야는 ‘6ㆍ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라는 개헌 시기를 놓고 몇 달간 평행선만 달리며 국회 의결 시한인 지난달 24일 의결정족수 미달에 결국 ‘투표 불성립’으로 무산됐다.
정작 해야 할 활동은 하지 않으면서 ‘동료 의원 구하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지난달 21일 열린 본회의에서 한국당 홍문종ㆍ염동열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는 데는 민주당 내에서도 ‘이탈표’가 나오면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오명을 자초했다.
당장 30일부터 국회의장은 공석이 됐다. 국회법에 따라 지난 24일 본회의에서 국회의장단을 선출했어야 함에도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 운영에 혼선이 불가피해졌다. 다음달 12일 북미정상회담과 13일 전국동시지방선거 등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있고 ‘드루킹 특검’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20대 국회 후반기도 험로가 예상된다.
여야는 당장 후반기 원 구성에 나서야 한다. 정략적 유불리를 떠나 국회의 기본은 하고 쟁점은 그 이후에 따져야 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국회 차원의 협조와 경제 활성화와 민생을 위한 법안 처리는 국민 세금을 받는 공복(公僕)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이다. 2년간의 대립과 파행으로 떠안게 된 ‘식물국회’, ‘방탄국회’의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것도 결국 각자가 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자신이다.
th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