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을 한마음으로 통일시키던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올림픽은 정치색을 배제함을 원칙으로 한다지만, 우리의 특수한 안보상황은 이번 올림픽을 경기만큼이나 정치적으로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경기장의 팽팽한 긴장만큼 북한과 미국 간의 기 싸움이 대단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어느 쪽도 섭섭하게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든지 북한을 끌어안으려고 하는 정부의 노력은 금메달감이었다.
우리 헌법은 평화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전쟁을 통한 통일에는 대화가 필요 없지만, 평화통일을 이루려면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올림픽을 매개로 백두혈통이라는 김여정을 비롯하여 고위급 대표단이 대화의 장에 나왔다. 이는 소통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의 통일정책은 일단 방향성을 제대로 잡고 있다.
2011년 김정일이 사망하고 어린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장하자, 우리 내부에서 북한정권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이 있었다. 북한법을 연구하고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어 북한문제에 관심이 많다. 당시 주변의 북한이탈주민들에게 ‘경험도 없는 어린 김정은이 북한을 이끌어 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물어보았다. 답변은 전부 ‘그럼 누가 후계자가 되어야 하나요’였다. 북한을 너무 우리 식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오류가 확연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북한의 정식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이처럼 민주니 공화국이니 하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북한은 아직도 왕조이다. 북한 주민들은 역사적으로 고구려,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 왕조를 경험하였다. 일제 강점기 역시 조선왕을 대신하는 일왕의 지배를 받았다. 해방이후에도 소련을 등에 업고 등장한 김일성이라는 사실상 왕에 버금가는 1인지배체제가 계속되었다. 이후 왕조처럼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 권력 세습이 이루어졌다. 현대 세계사에서 유례가 없는 3대 세습정권이다.
이처럼 북한주민들은 오랜 기간 동안 진정한 의미에서 공화국이라는 정치체제를 경험한 적이 없다. 단기간에 인위적으로 변화시키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인내를 가지고 변화시켜야 한다. 자유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긴장관계의 유지로 북한체제를 결집시키기 보다는 끊임없는 소통으로 자유를 깨닫게 해 주어야한다. 북한정권이 아무리 통제하려해도 자유의 바람까지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바람이 넓게 불도록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차원의 접촉도 대폭 허용하여야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7년부터 통일을 대비하는 법제를 연구하고 마련하기 위해서 통일법제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문제는 북한법제에 대한 자료 수집이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다. 학문적인 목적에서라면 서울지방변호사회와 평양시변호사회가 교류하며 통일법을 준비하는 연구모임도 정부차원에서 적극 지원하여야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끝났지만 이제 패럴림픽이 시작된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어렵게 남북대화 창구를 열어 놓았다. 통일을 향한 민족의 올림픽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모처럼 형성된 대화 분위기를 잘 연결하여 우리의 염원인 통일이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이번에 평양을 방문하는 정부대표단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