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문길 통신원] “일본인 납치피해자 문제가 제기되면 유골반환 문제로 ‘바꿔치기’ 하라.”
이같은 지령을 북한 국방위원장이었던 김정일이 죽기 전 후계자인 아들 정은에게 유훈으로 내렸다는 주장이 일본 학계에서 제기됐다. 김정은이 이런 유훈을 따르는 한 최근 북한과 친밀모드에 돌입하면서 북한으로부터 납치피해자의 귀환 등 전격적인 인도적 조치를 기대하고 있는 일본은 결국 허탕을 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 시사주간지 슈칸포스트는 7월25일~8월1일호에서 일본 내 북한 전문가이자 탈북자 지원활동가로 유명한 재일교포 3세 이영화 간사이대 경제학부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이 납치문제해결과 관련해 꿍꿍이가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일본의 국민정서상 일본 정부가 무엇보다 우선시 해야 할 것은 납치피해자와 특정 실종자 등 북에 유괴된 생존자의 구출이다. 현재 일본 정부가 인정한 북한 납치 피해자는 모두 17명이다. 반면 민간단체인 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는 700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북한과 이를 위한 협의를 진행중이다. 이 협의를 통해 북한의 특별조사위원회가 설치됐다. 이 특별조사위는 납치피해자, 행방불명자, 잔류 일본인 및 일본인 배우자 등 3개 분야에 더해 ‘일본인 유골문제분과’ 등 모두 4개의 산하분과를 두고 있다.
의심스러운 대목은 바로 일본인 유골문제 분과의 존재다. 이 잡지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에서 사망한 일본인 전몰자는 약 4만4600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미귀환 유골은 그 절반인 2만1600명분에 달한다.
슈칸포스트는 “일본인 유골문제분과는 일견 납치문제와는 관계없는 또 하나의 분과”라고 지적하고, “북한은 양국 협의에서 납치피해자의 조사를 우선하지 않고, ‘전분야 조사를 동시병행해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워 아베정권이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왜 일본이 그토록 원하는 납치피해자 귀환 문제를 우선하지 않고 동시진행 방침을 세운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의 열쇠가 바로 김정일이 김정은에게 남겼다는 유훈이다. 납치피해자 귀환 문제는 처리가 까다롭고, 사후 대책도 복잡하다. 생존자들이 북한 내 인권 폭압의 실정을 릴레이로 폭로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인터뷰에서 “북한의 입장에선 납치피해자의 생존과 귀국 문제는 떨어뜨려놓기가 어렵다. ‘이미 죽었다’고 설명해도 일본 측이 납득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김정일은 납치 문제와 일본인 유골 반환을 세트로 묶어 실시하는 방안을 생각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는 분명히 문제를 바꿔치기 한 것으로, 일본과 북한의 협의는 이처럼 (김정일의) 유훈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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