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ㆍ양영경 인턴기자]슈퍼리치들의 세계는 치열한 ‘싸움’의 연속이다. 재산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갈등, 기업 간의 불꽃 튀는 경쟁, 최고가 되기 위한 자금력 대결…. 치열한 두뇌싸움에서 이겨야 패권을 움켜쥘 수 있을 것 같은 슈퍼리치들사이에서의 승리는 그들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 주는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근사한 종류의 싸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치고, 박고, 욕하는 싸움’이 공공연하게 벌어지면서 그들이 쌓아온 명예와 신뢰가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특히 동종업계의 라이벌간의 불꽃튀는 싸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떤 상황이 슈퍼리치들을 한계로 이끄는 걸까?
세계적인 슈퍼모델 미란다 커(Miranda Kerr)의 남자 친구로 알려진 호주 카지노 억만장자 제임스 패커(James Packer)는 지난 5월, 호주 방송국 ‘채널 나인(Channel 9)’의 대표 데이비드 진젤(David Gyngell)과 길거리에서 주먹다짐을 벌여 화제가 됐다.
사건의 발단은 패커의 집 근처에 주차된 채널 나인 중계차였다. 당시 패커는 그 중계차가 자신과 미란다 커의 사생활을 취재하러 왔다고 생각했고, 방송국 대표이자 절친한 친구인 진젤에게 차를 치우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의심을 받은 진젤은 전화로 “(패커를) 주먹으로 치겠다”고 말했고 둘은 패커의 집 앞에서 만나 실제로 격투를 벌였다.
하지만 난투극의 원인이었던 중계차는 이웃주민의 새벽 근무용 트럭으로 밝혀지면서 오해는 풀렸다. 하지만 다툼은 그 파급효과부터 남달랐다. 싸움이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두 재벌의 회사는 긴급 성명을 내 ‘그들이 아직도 좋은 친구’라며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바빴다. 재벌들의 싸움을 우연히 카메라의 담은 파파라치는 2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TV쇼에 출연했다가 전국적으로 생중계되며 싸운 억만장자들도 있다.
러시아의 억만장자 알렉산드르 레베데프(Aleksandr Lebedev)와 세르게이 폴론스키(Sergei Polonsky)는 2011년 러시아의 민영방송 NTV에 출연해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 토론하던 중이었다. 폴론스키가 “(레베데프의) 턱을 날려버리고 싶다”고 말하자 격분한 레베데프가 그에게 돌격해 머리를 가격했다. 폴론스키가 의자 밖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방송은 잠시 중단됐다.
사건 이후 폴론스키는 레베데프를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와중에 레베데프는 현지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때린 걸 후회하지 않는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3년 레베데프는 폭력행위에 대해 150시간 사회봉사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독설던지기로는 주먹을 능가하는 억만장자들도 있다. 미국 카지노계의 대표적인 라이벌이자 대부격인 스티브 윈(Steve Wynn)과 셸던 아델슨(Sheldon Adelson)은 비방전으로 유명하다.
아델슨이 윈에게 “자기중심적인 거짓말쟁이”라고 말하면, 윈은 “아델슨이 열등감이 있어서”라고 받아친다. 윈이 아델슨이 소유한 베네시안 호텔의 주차 공간 부족을 문제 삼으면, 아델슨은 윈의 호텔에서 진행하는 화산쇼는 시끄럽기만 하다며 맞대응하기도 했다.
즉각적으로 오는 반응은 그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아델슨이 중국 코타이 카지노 개발 계획을 발표하자, 윈은 기다렸다는 듯이 “멍청한 생각”이라며 “중국은 미국 시장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한편 이탈리아의 전 총리이자 재력가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Silvio Berlusconi)는 자신이 소유한 방송 미디어셋에 출연해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이 그의 신문과 방송을 통해 자신을 비방한다고 말했다. 베를루스코니 정부가 머독의 채널을 포함한 위성TV 시청료에 부과되는 세금을 20% 올리자, 머독 회장이 앙심을 품었다는 것이다.
이에 머독도 베를루스코니에 돌직구를 날렸다. 자신이 소유한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와의 인터뷰를 통해 “편집자가 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며 “오히려 내가 소유하지 않은 신문들이 베를루스코니를 더 비판한다”고 말했다. 미디어를 대변창구로 삼은 재벌들의 만행으로 시청자들은 졸지에 그들의 정면대결을 관람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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