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 투자의 귀재’ 경영권 다툼에서 결국 물러나 -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주가 끌어올리며 6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시세 차익 - 시장에서는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 [헤럴드경제=박영훈 기자] KTB투자증권의 경영권이 권성문 회장에서 이병철 부회장으로 넘어갔다. 최근 수개월 간 암암리에 경영권 다툼을 벌이던 두 사람은 지난 3일 분쟁을 매듭짓고, 최종 협상을 타결지었다. 이 부회장이 권 회장이 보유중인 주식을 현 시세보다 25% 높은 가격에 인수하는 조건이었다.
이로써 KTB투자증권은 새로운 ‘이병철 시대’를 맞게 됐다.
이 부회장은 애초 계약에 따라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권 회장이 보유한 KTB투자증권 주식 1324만4956주(지분율 18.76%)를 매수하기로 합의했다. 계약이 예정대로 이행되면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14.0%에서 32.76%로 높아지고, 권 회장의 보유 지분율은 24.28%에서 5.52%로 내려간다.
이 부회장이 권 회장을 제치고 이 회사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셈이다. 매각가격은 주당 5000원으로 3일 종가인 3715원보다 25%가량 높다. 주식 매매 대금은 총 662억2478만원이다.
권 회장은 벤처투자의 귀재로 불리던 인물이다. 1996년 봉제업체 군자산업을 인수한 뒤 사명을 ‘미래와 사람’으로 바꿨다. 군자산업은 새로운 사업아이템, ‘냉각캔’으로 증시에 주목을 받으며 한때 시세가 몇곱절 올랐다. 이를 계기로 권 회장은 증시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권 회장은 이어 잡코리아와 옥션 주식 매매 차익으로 거액을 벌기도 했다. 그는 1999년엔 벤처투자 전문 KTB(현 KTB투자증권)를 98억원에 인수한 뒤 증권업 신규 허가를 받아 KTB투자증권을 출범시키며 제도금융권의 경영자로 변신한다. 이후 19년간 권 회장은 KTB투자증권의 오너 경영인으로 회사를 지배해 왔다.
권 회장이 회사를 떠나게 된 건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영입했던 이 부회장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다. 이 부회장은 대규모 적자로 경영의 어려움에 빠진 권 회장이대규모 투자를 받는 조건으로 2016년 4월 영입한 인물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부동산 투자귀재로, 40대 초반에 엄청난 부를 쌓았던 인물로 회자됐다. 그는 부동산 투자회사 다올인베스트먼트 사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권 회장과의 계약에 따라 최초 5.4% 지분을 인수, 2대주주에 올라섰다. 이후 시장에서 꾸준히 자사 주식을 매입, 지분을 늘려왔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은 “권 회장과의 주주간 계약에 따라 시장에서 20%까지 지분율을 높이는 걸 목표로 했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이 경영권에 위협을 느낀 건 본인이 각종 추문에 연루되고, 횡령ㆍ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부터로 알려졌다. 금융사 지배구조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대주주 자격을 박탈당한다. 배임ㆍ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권 회장 입장으로선 대주주 지위 상실과 맞물려 있는 검찰 기소와 법원 판결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의 지분매집이 이뤄진 것도 이 즈음이다. 14% 지분율의 이 부회장이 계속 지분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권 회장은 작년 12월부터 KTB투자증권 주식을 매집하며 한 달 새 지분율을 20.22%에서 24.28%로 끌어올린다. 그 사이 권 회장은 제3자와 지분매각 계약(가계약)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권 회장은 애초 이 부회장과 계약에 따라 본인 지분을 매각하려면 이 부회장에게 우선 매수권을 줘야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궁지에 몰린 권 회장이 결국 경영권을 더 이상 집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부회장에게 본인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측 관계자는 “하루빨리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내린 결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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