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양천구 이화여대 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미숙아 4명이 잇따라 숨지면서 사인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신생아들이 모두 같은 원인으로 숨졌고, 원인은 오염된 의약품에 의한 패혈증이나 독성 물질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 원점에서 모든 것을 다시 살펴봐야 하며 사인을 단언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밝힐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8일 복수의 관련 진료과 전문의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원인은 오염된 의약품으로 독성 반응이 일어났거나, 염증 반응을 일으켜 패혈증 등 쇼크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위생관리가 철저한 중환자실의 특성상 바이러스나 세균이 피부 접촉이나 공기 흡입으로 옮았을 가능성보다는 정맥 주사를 통해 혈액에 직접 침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별다른 징후를 보이지 않던 신생아들이 거의 동시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와 서울 양천구 보건소는 오염된 의약품이 바이러스나 세균이 패혈증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사제와 수액 등을 수거했다. 항생제에 저항성이 있는 아시네토박터균, 녹농균 등에 감염되면 전신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 장기의 기능이 떨어지는 패혈증이 생길 수 있다.
혈압이 떨어지는 등 증상이 겉으로 나타나는 성인과 달리 숨진 신생아들은 엄마 배 속에 머문 기간이 37주 미만인 미숙아라서 이 같은 면역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숙아의 몸속에 흐르는 혈액은 성인의 10분의1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적은 양의 감염균이 급성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 신생아에게 투여한 약물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환자실에서는 인큐베이터 안에 미숙아를 두고 수액과 폐를 성숙시키기 위한 약물, 항생제 등을 투여한다. 서울 지역 한 산부인과 원장은 “약물이 과다하거나 잘못된 약물이 투여됐을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로타 바이러스 등의 집단 감염이 원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단 감염이라면 사전에 설사 등 반응이 나타났을 것”이라고 했다. 사망 신생아 가족도 경찰 조사에서 사건 발생 수 시간 전까지 아이에게 이상 증세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숙아에게 잦은 괴사성 장염도 의심된다. 사망한 미숙아 4명 중 2명은 괴사성 장염 증세를 보였다. 괴사성 장염은 인공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미성숙한 아이의 장 점막에 무리가 오면서 천공(구멍)이 생기는 질환이다. 이 경우에도 미숙아는 급성 복막염이나 패혈증으로 악화해 사망할 수 있다.
그러나 괴사성 장염이 원인일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미숙아에게 괴사성 장염은 잦은 질환이며 대부분 금세 회복된다”며 “4명이 한꺼번에 걸려 사망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인큐베이터나 인공호흡장치 등 의료장비에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그러나 4개의 인큐베이터가 동시에 문제를 일으키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밖에 미숙아의 뇌실 또는 두개골 내 출혈, 혈관 손상, 색전증, 혈전증 등도 사망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인을 단언하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각종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모든 사인을 염두에 두고 제로 베이스에서 부검, 약학조사 등 각종 결과를 살펴봐야 한다”며 “오염된 의약품이나 의료진 실수라면 바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아니라면 사건이 미궁에 빠져 해를 넘겨야 (사건의)실마리를 잡을 수도 있다”고 했다.
신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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