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불우한 이웃을 도우려는 ‘기부민심’이 최근 몰아닥친 겨울한파보다 더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18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모금 추이를 보여주는 ‘사랑의 온도탑’의 수은주 높이가 예년에 비해 유독 오르지 않고 있다.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액을 1% 달성하면 1도 오른다. 올해 ‘희망 나눔 캠페인’이 시작한 지 19일째인 이달 14일 기준으로 수은주 높이는 ‘27.9도’이다. 내년 1월31일까지 모금 목표액 3994억원 중 1113억원(27.9%)이 모였다.
2015년에는 캠페인 17일째 사랑의 온도가 41.1도를 기록했고, 2014년에는 18일째에 41.5도였다. 올해는 동기간 대비 30%가량 모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개 연말에는 사랑의 온도 50도, 즉 목표액의 50%를 달성한 것에 비해 모금이 몹시 더딘 셈이다.
이 단체에 1억원 이상 기부한 고액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는 2007년 12월 창설한 이래 올해 처음으로 신입회원 증가 폭이 감소할 전망이다. 2008년 6명으로 시작해 지난해 422명까지 매년 신입 회원 가입자 수가 조금씩 늘었으나, 올해는 12월 17일까지 258명만 가입해 10년 만에 첫 감소가 유력하다. 총회원 수 1692명, 누적 금액 1857억원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노블레스 오블리주’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감소는 기업인이나 유명인사 등 ‘부자’들의 기부도 위축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랑의열매뿐 아니라 아동·장애인 등 특정 사회적 약자 집단에 전문적으로 맞춤형 지원사업을 펼치는 중소 규모 재단들은 운영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후원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특정 계층을 전문으로 하는 재단들은 단발적 기부보다는 정기후원 위주로 운영되는데, 정기후원 신규가입자가 올해 많이 줄어서 내부적으로 심각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기부 민심이 크게 쪼그라든 데에는 올해 하반기 터진 ‘이영학 사건’ 등 일련의 악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중생 살인범 이영학은 ‘딸의 희소병 치료를 도와달라’며 모은 10억원대 후원금 대부분을 차량 튜닝 등에 탕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도 기부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기부금을 모금하는 비영리단체(NPO) 전문가들의 견해다. 올해 터진 이영학 사건 등도 영향을 미쳤지만, 길게 보면 세월호 참사나 국정농단 사태 등 지난 정부에서 국가의 근간을 흔든 대형 사건의 여파로 우리 사회 전반의 ‘신뢰’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한 NPO 관계자는 “기부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본인이 생각하는 나름의 가치에 따라 하는 행위이므로 밑바탕에 신뢰가 깔려있다”면서 “치명적인 ‘도덕적 해이’ 사건들이 이어진 트라우마 때문에 서로 못 믿는 분위기가 퍼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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