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선량 늘면서 韓 조선사에 ‘기회’… 신조선가 역시 상승세 - 2018년이 관건… 신용등급 떨어지고 현금 부족 가중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터널의 끝은 있기 마련입니다.”

올해 1월 부산 누리마루 에이펙(APEC) 하우스에서 열린 조선해양인 신년인사회에서 박대영 당시 삼성중공업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최악 상황은 지났다는 전망도 있었다. 이후 11개월, 조선업계는 ‘터널의 끝’을 맞이하고 있다. 신조선가 지수는 상승세고, 발주·수주량 역시 지난해 대비 늘었다. 수주 잔고도 회복세다.

다만 국내 조선3사의 내년 실적 전망은 어둡다. 2016년 수주절벽 상황이 실적에 반영되는 시기가 내년이기 때문이다. 연말 조선업계를 강타한 삼성중공업 쇼크 역시 조선업계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다.

19일 영국계 조선·해운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들어 11월까지 전세계에서 폐선(demolition)된 선박은 모두 743대로 3270만 DWT(재화중량톤수)에 이른다. 올해 연말까지는 3640만 DWT에 이르는 선박이 폐선될 것으로 클락슨은 전망했다. 이는 2014년(3370만 DWT)대비 270만 DWT가 늘어난 것이다. 업계에선 폐선량 증가를 발주 증가의 전조로 해석한다.

선박 해체량 증가는 국내 조선사들에겐 단비다. 오는 2020년부터 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 배출 가스 황산화물(SOx) 함량을 기존 3.5%에서 0.5%로 줄여야 한다. 글로벌 선사들은 선박에 탈황설비를 장착하거나, 노후 선박의 경우 신규 선박 발주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는 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신조선가 지수도 상승세다. 신조선가지수는 1988년 1월 기준 선박 가격을 100포인트로 잡고 신규 건조 선박 가격을 지수화한 것이다. 신조선가지수는 올해 3월 121포인트로 저점을 찍은 후 지난 11월 125포인트로 상승세다. 업황과 후판가격, 선박가격 전망치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작성되는 신조선가지수는 업황 전망의 주요 근거다. 올들어 나타난 신조선가지수 상승은 업황 개선의 신호로 여겨진다.

글로벌 발주 절벽 상황도 고비를 넘었다. 올들어 11월까지 전세계 발주 물량은 725척, 1950만6474CGT(표준화물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67% 증가했다. 클락슨 리서치는 2018년 발주 전망치를 올해보다 32.9% 높은 809억 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작년보다 올해가 나은 것은 명확하다. 다만 3~4년전 수준에 비하면 아직 갈길이 먼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당장 내년을 어떻게 버티느냐다. 2016년 수주 절벽 상황이 실적에 반영되는 시기가 2018년이기 때문이다. 2016년 한국 조선업체가 수주한 71척, 215만4131 CGT는 클락슨 리서치가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올 들어 11월까지 한국 업체들이 수주한 선박은 152척, 573만6182 CGT로 지난해 대비 두배가 넘는다. 그러나 1996년부터 2016년까지의 연평균 수주 물량(1155만1706CGT)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수주산업인 조선업은 수주 계약 이후 건조 준비에만 수개월이 걸리고 본격적인 매출로 회계에 인식되기까지 1~2년 가량 소요된다. 수주난이 극심할 때는 경쟁 역시 치열해져 선박 인도 시 대부분의 선박 대금을 받는 ‘헤비테일’ 방식 계약이 많았다. 시기상 2018년 국내 조선사의 실적이 최악을 기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보릿고개’가 오지도 않았는데 각 사의 재무상태는 나빠졌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작년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840억원이었으나, 지난달 공개한 3분기 보고서에선 이 수치가 4513억원으로 떨어졌다. 현대중공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역시 작년 말 4조3269억원에서 올해 3분기 3조8976억원으로 줄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신한은행을 대상으로 816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올들어 신용평가사들은 조선사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삼성중공업(A-→BBB+), 대우조선해양(B+→CCC), 현대미포조선(A-→BBB+) 등이 신용등급 강등을 겪었다.

김병균 한기평 평가기준실 전문위원은 “조선업은 수주 절벽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수주회복 속도가 상당히 더디다. 돌발 변수도 있었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