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보신탕 복날 고단백 단골메뉴…한끼 930㎉ 영양과잉시대 오히려 毒… 과채류·해산물 신세대 인기…매출도 급증…여름철 필수 비타민·미네랄 보충 큰 매력
1주일 뒤면 초복(18일)이다. 대한민국에선 초복을 신호탄으로 중복(28일), 말복(8월 7일)으로 이어지는 ‘2014년 삼복 레이스’가 펼쳐진다. 매년 복날이면 보양식으로 전국이 야단법석이다. 2014년 삼복도 별반 다르지 않을 기세다. ’복날=보양식‘ 조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복(伏)’이란 한자는 사람인(人) 변에 개 견(犬)자를 붙인 ’伏‘를 쓴다. 이처럼 한자만 살펴봐도 복날은 견공과 밀접한 관계를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복날 개 패듯 한다’는 속담까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우리처럼 보신탕을 즐기는 중국에선 개를 ‘구(狗)’와 ‘견(犬)’으로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구(狗)’는 식용이지만 ‘견(犬)’은 식용 개가 아니라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오랜 옛날부터 복날에 구장(狗醬· 보신탕)을 즐겼다. 조선시대 유득공(1749~1807)은 ‘경도잡지’에서 개장을 먹고 땀을 내면 더위를 물리치고 허한 기운을 보충할 수 있다고 기술했다. 보신탕으로 명칭이 바뀐 것은 1942년 일제시대 말이다. 요즘 우리는 보신탕이라고 부르지만 북한에선 단고기란 이름이 붙는다.
보양식의 하나인 보신탕은 복날에 가장 각광받는 음식중 하나다. 때문에 매년 복날이면 수많은 견공들이 보양식이란 이름으로 식탁에 올려진다. 삼계탕의 재료가 되는 꼬꼬댁(닭)도 마찬가지다. 견공이나 꼬꼬댁 입장에선 복날이 지옥인 셈이다. 매년 복날이면 무더위에 지친 입맛을 살리고 부족한 영양도 보충할 목적으로 고단백 보양식을 맛보려는 보신족이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양 과잉시대에 접어든 요즘 보양식 문화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보신탕이나 삼계탕 등 고단백 고열량 보양식이 주춤하고 과일이나 채소, 해산물같은 웰빙형 보양식이 주목받는 등 보양식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지나친 고단백 보양식이 비만을 부르거나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독(毒)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10년 한국영양학회가 밝힌 한국인 영양섭취 기준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하루권장 지방 섭취량은 전체 섭취 에너지의 15~25% 정도다. 하지만 삼계탕 등 보양식은 지방 함량이 30%를 웃돌고 있다. 열량도 삼계탕은 930㎉, 보신탕 730㎉으로 무척 높은 편이다. 의사나 영양사들 사이에서 ‘보양식은 비만식이다’, ‘안먹는 게 보양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윤소윤 서울아산병원 영양팀장은 “과거 못 먹던 시절엔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할 수 있는 고열량 보양식이 최고였지만 요즘처럼 ‘영양 과잉시대’엔 육류보단 오히려 과채류나 해산물 등을 즐기는 게 건강에 좋은 보양식”이라고 설명했다.
식당이나 유통매장에선 이미 이같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A삼계탕집을 운영하는 이형진(가명) 씨는 지난해 3명이던 종업원을 최근 2명으로 줄였다. 손님이 하루평균 5~7팀에 불과해 많은 종업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2~3년 전부터 손님이 줄기 시작하더니 올들어선 매출이 30%이상 감소했다”고 푸념했다.
삼계탕집에 비하면 보신탕집 상황은 더 나쁘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B보신탕 전문점은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되자 얼마전 낙지전골집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식당 주인 박영호(가명) 씨는 “영양이 넘쳐 살을 빼느라 정신없는 세상에서 누가 몸보신하겠다고 보신탕을 먹겠냐”며 “(우리처럼) 업종 전환을 고민하는 보신탕집이 주변에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보신탕이나 삼계탕같은 고단백 고열량 보양식이 죽을 쑤는 반면 수박, 토마토, 검은깨, 검은콩, 새싹채소 등 과채류나 해산물 등 웰빙형 식품이 새로운 보양식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고열량 보양식 대신 모밀국수, 냉면, 콩국수, 해초류 등 맛깔스런 별미 음식을 여름나기 보양식으로 추천하는 음식 전문가도 많다. 맛 좋고 여름철 수분이나 비타민, 미네랄 등을 보충해주는 데다 살찔 염려도 없기 때문이다. 요즘 대형마트엔 브로콜리싹, 메밀싹, 적채싹, 부추싹, 알파파싹, 비빔밥용 싹 등 새싹채소가 다양하고, 매출도 가파르다. 롯데마트의 경우 새싹채소류 매출이 전년보다 20%이상 늘었고, 전복은 복날용 상품 가운데 생닭(3위)을 누르고 고매출 1위를 차지했다. 복날 시즌에 더 많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홈플러스, 이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도 비슷하다.
신라호텔 등 호텔 레스토랑들도 삼계탕을 비롯한 고단백 음식보다는 샐러드나 해산물로 구성된 웰빙형 메뉴로 복날 대목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웰빙형 보양식 수요가 20%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유통매장을 찾은 주부 서진영 씨는 “메밀싹, 부추싹 등은 맛과 건강은 물론 무더위를 나기에도 좋을 것 같아 샀다”며 ”이번 초복엔 고열량인 삼계탕 대신 ‘새싹 비빔밥’같은 웰빙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남주 기자/
기자]최남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