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換亂)이 발생한지 20년이 지났다. 경제 주권을 상실한 한국경제는 고통스런 구조조정과 금모으기 운동 같은 국민의 희생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3년 8개월만에 벗어났다.

환란 20년.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 3872억달러, 작년 경상흑자 987억달러, 신용등급 AA의 국가로 변신했다. 그러나 저성장이 뉴노멀이 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조개혁은 ‘미완의 개혁’이었다.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데 실패했다. 대량실업 충격, 정치권의 포퓰리즘, 5년 단임제의 한계로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이 연명(延命)되는 과오를 범했다. 차입이자도 지불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양산되었다.

환란으로 30대 그룹 중 11개만이 살아남았다. 거대 그룹의 집중도는 더 심해졌다. 삼성전자가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30%를 차지한다. 10대 그룹과 여타 기업과의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 3분기 10대 그룹의 영업이익은 83.7% 증가한 반면 기타 상장기업은 2.2% 감소했다.

중국경제가 새로운 위험 변수로 등장했다. 24개 산업 중 17개 산업에서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1년 이내로 줄어들었다. 정보통신산업 격차는 0.5년이고 유무선 네트워크는 0.2년, 인공지능과 크라우드 서비스는 0.3년에 불과하다. 마이크로칩, 전기차, 인공지능 등 전략부문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천억달러 규모의 반도체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중국기업과의 기술공유 위험성을 강력 경고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창업자 가문이 대를 이어 경영하는 가족경영 행태가 바뀌지 않고 있다. 미국 포춘 500대 기업이 대부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 것과 대조된다. 오너가문과 전문경영인의 협치가 도요타자동차를 세계 정상의 기업으로 만들었다. 지배구조의 선진화만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중국의 ‘제조 2025’와 일본의 주력 제조업체 부활은 새로운 위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투자활력과 노동생산성 제고가 시급하다. 초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상이 투자의욕을 떨어뜨릴까 걱정스럽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세율 22% 보다 높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업부담 완화를 위해 세율을 35%에서 20%로 대폭 낮추었다. 노동생산성 부진 문제가 심각하다.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02~2007년 3.3%에서 2009~2015년 1.9%로 떨어졌다. 2015년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1.8달러로 독일 59.8달러 프랑스 60.6달러, 미국 62.9달러 보다 떨어진다.

서비스산업 활성화가 시급하다. 10억원 매출당 고용창출계수가 제조업은 10.6명인 반면 교육서비스는 28.1명, 사업서비스는 24.8명에 달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제조업의 45.1%에 불과해 프랑스 87.8%, 미국 82.6% 영국 80.8%에 크게 뒤진다. 서비스수지 적자가 금년 상반기 157억달러에 달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우리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독일이 유럽 최저수준의 실업율을 자랑하는 것은 하르츠개혁으로 노동비용 상승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300페이지가 넘는 노동법규를 손보는 것은 노동유연화 없이는 청년실업난과 경제 리더십 확보가 난망하기 때문이다. 미셸 캉드쉬 IMF 前 총재는 노동시장 왜곡이 한국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인구쓰나미가 성장잠재력을 좌우한다. 생산가능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섰고, 노인인구 비율도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최근 월드 팩트북에서 한국의 합계출산율 순위를 219위로 발표했다. 신생아수가 35만명 선으로 급감해 금년 출산율이 1.03명 내외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에 따르면 63%가 위기를 탈출할 시간이 1~3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전방위적인 구조개혁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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