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뱅’(Jacobin)은 급진적인 미국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잡지다. 웹사이트 독자가 월간 70만명으로 중도 리버럴 성향의 독자도 적지 않다. 현실 정치 및 사회문제 뿐 아니라 문화예술까지 아우르며 전에 없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 잡지는 패션지를 방불할 만큼 디자인도 산뜻하다.

보스톤대에서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는 니콜 애소프 자코뱅 편집주간이 펴낸 ‘자본의 선지자들’(펜타그램)은 출판사 버소와 함께펴내는 자코뱅 시리즈 중 하나로, 자본주의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사회에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자본주의의 속성은 바로 자기부정을 통해 스스로를 갱신, 강화한다는 점인데, 저자는 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퍼뜨리는 주인공으로 스토리텔러를 제시한다. 특히 저자가 주목한 것은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새로운 스토리텔러이다. 불평등의 심화와 함께 새로운 모색이 시작되는 시점에 출현한 이 스토리텔러들은 빈민도 노동자도 아닌 슈퍼앨리트들이다.

저자가 21세기 슈퍼앨리트 스토리텔러로 지목한 이는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 홀푸드 최고경영자 존 매키, 언론계 유력인사 오프라 윈프리, 게이츠재단 설립자인 빌과 멀린다 게이츠 등이다.

저자는 이들이 빈곤과 불평등, 환경파괴를 줄이는데 앞장서고 있지만 오히려 자본주의의 축적의 구조와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고말한다. 가령 세계의 빈곤과 미국 교육개혁 문제를 다루는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의 경우, 매우 정교하게 이 문제를 교정해 나가고 있지만 시장의 병폐를 줄이기 보다 의료서비스나 교육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조차 자본주의적 시장에 완전히 장악되도록 오히려 다리를 놓아주고 빈부격차를 더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또 내면의 힘을 키우면 성공할 수 있다는 오프라 윈프리의 메시지는 모든 문제를 개인화· 정신화한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윤 속에 인간을 매몰시키는 자본주의의 지속이 아닌 사람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책의 끝에 제시해놓았다. 저자의 주장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현상을 한 발 물러서 바라보는 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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