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示威). 명사2. 위력이나 기세를 떨쳐 보임.

집회(集會). 여러 사람이 어떤 목적을 위하여 일시적으로 모임. 또는 그런 모임.

#. 사건사고를 전담하는 경찰기자로서 집회시위 현장은 주요한 ‘출입처’ 중 하나다. 사회갈등이 가장 치열하게 드러나는 지점이 집회시위 현장이다.

28일 마포대교 남단은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었다. 주차장을 방불케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의 집회였다. 건설노조 소속 조합원 2만명(경찰 추산 1만2000명)은 이날 오후 1시30분 여의도 국회 앞에 모였다. 마포대교 방향으로 행진하다 기습 연좌농성을 벌였다.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며 마포대교 양방향 차선이 통제됐다.

모두가 불편했다. 기자의 경우도 낮 시간 여의도쪽 약속에 30분 늦었다. 건설노조와 경찰에 차가 너무 막혔다. 결국 차를 포기해야했다. 점심시간 갓길 주차가 허용되는 구간에 주차를 해 놓고 약속장소로 뛰어 갔다. 1시간 점심을 먹고 나오니 차량이 견인돼 있었다. 집회시위 행진로에 차량이 있었기 때문이다.

딱지가 붙었고, 신길역 3번 출구 인근 견인 차량 보관소에 차가 끌려가 있었다. 택시도, 버스도 마땅치 않아 국회 인근에서 신길역까지 걸어갔다. 5만1400원(견인비 5만원에 보관료 1400원)을 내고 차량을 찾아왔다. 조만간 3만2000원짜리 딱지가 집으로 날아올 예정이다. 원래는 4만원이지만 자진납부하면 깎아준다. 욕이 절로 나왔다.

#. 그러나 기사는 다르다. 집회시위 현장을 취재하고 기사로 쓰면서 가급적 피하고자 하는 원칙이 있다. ‘시민의 불편함을 강조’ 하는 기사다. 어떤 집회로 어디가 막혔고, 무슨 시위로 누가 집을 못가고 행사에 못가는 상황을 겪었다는 내용이다. 시민의 불편함을 강조하는 기사가 독자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 좋다는 것은 길지 않은 기자 짬밥에도 알 수 있다. 쓰기도 쉽다. 특히 이번 집회시위를 기사로 쓴다면 감정을 이입해 훨씬 생동감 있게 쓸 자신 있었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다시 집회와 시위의 사전적 의미로 돌아가본다. 사람들이 모여서 위력이나 기세를 떨쳐보인다. 왜일까. ‘우리는 이러 이러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여러분, 알아 주세요’ 하는 거다.

위력과 기세를 드러내 보이는 수단엔 제한이 적어야 한다.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시위의 과격함이 클수록 민주주의에 가깝다. 그래야만 비록 소수자 집단이라 하더라도(비록 건설노조가 소수는 아니지만)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100만명까지 사람을 모으진 못하는, 그러나 소수자들에겐 생존이 달려있는 많은 문제를 우린 알기 때문이다.

10만명, 1만명, 아니 1000명이 모여도. 청와대 정문까지 가야한다. 세월호 유가족을 청운동 동사무소에서 막은 경찰을 생각해보면 소수의 시위라도 도심이 마비돼야 한다. 사람들은 불편해야 사안에 관심을 갖는다. 세월호 유가족 텐트들을 스쳐 지나친 광화문광장 인근 회사원들을 생각해보라.

#. 어제 건설노조는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했다. 핵심은 현재 하루 4000원인 퇴직공제부금(일종의 퇴직금 적립)을 5000원 이상으로 올려달라는 거였다. 2008년 이후 10년째 퇴직공제부금은 묶여 있었다. 18일 동안 건설노조 간부 2명은 여의도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잘 몰랐다. 기자도 잘 몰랐다.

건설근로자법은 원래 이날 소위를 통과할 예정이었다. 여야간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 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1명이라도 반대할 경우 표결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당과 야3당 간사들은 건설근로자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다른 법안에 대해 갈등이 있다.

이견이 없는 건설근로자법을 먼저 논의해 통과시키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과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1명이라도 반대하면 의결하지 않겠다”는 말을 근거로 건설근로자법 논의를 막아섰다.

10년째 4000원으로 묶여 있던 퇴직금 적립을 하루 1000원 더해달라는 요구가 그리 부당하고 무리한 요구인지 고민이 드는 지점이다. 마포대교를 막은 건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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