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창설 60주년 새 슬로건 지난해 허위신고 626건 처벌
지난 3월 서울지방경찰청 112센터에 한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중년 여성이었다. 그러나 신고자는 좀처럼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했다.
신고자가 당황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 경찰은 재차 신고자를 안심시키고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신고자는 오히려 화를 내더니 폭언을 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전화는 끊겼고, 경찰은 신고자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하며 다시 전화를 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전화를 걸었던 여성은 지난해부터 무려 4693번에 걸쳐 비슷한 신고 전화를 반복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 허위 신고였다. 그중에는 상황 설명을 요청하는 경찰에게 욕설하거나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가 다시 거는 등의 악성 허위전화도 상당했다. 결국, 경찰은 상습 허위신고라 판단하고 A(55ㆍ여) 씨를 구속했다.
A씨의 사례처럼 한동안 감소세를 보였던 112 허위신고가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조사됐다. 긴급 사건에 출동해야 하는 경찰력이 낭비되면서 경찰도 허위신고 방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좀처럼 허위신고가 줄어들지 않아 경찰도 애를 먹는 상황이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2 허위신고 건수는 450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3년 경찰은 늘어나는 장난전화에 ‘112 허위신고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덕분에 지난 2012년 1만465건에 달했던 허위신고 건수는 1년 만에 2500여건 줄어든 7504건을 기록했다. 허위 신고는 매년 감소해 지난 2015년에는 2927건까지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허위신고로 인한 처벌 건수도 지난 2015년 487건에서 지난해 626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이중 악성 허위신고가 인정돼 형사 입건된 경우도 221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에는 1시간 동안 28회에 걸쳐 112 신고를 반복한 남성이 악성 허위신고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허위신고 탓에 경찰은 제 업무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을 받고 있다. 비 긴급신고인 ‘코드4’ 비율이 전체의 48%를 차지하는데다 악성 허위신고도 많아 정작 긴급하게 춛동 해야 하는 경찰력이 낭비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지방청별로 112 허위신고 전담대응팀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한편 경찰청은 2일 오전 ‘112 창설 60주년 기념식’을 ‘도와주세요. 112! 112를 도와주세요!”라는 슬로건으로 진행했다. 국민의 위급함을 돕는 112라는 패러다임에서 국민이 허위신고와 민원성 신고로부터 112를 돕는 상호보완적인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유오상 기자/osyo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