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부재…명분ㆍ실리 모두 잃었다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자유한국당이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에 반발해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한 것은 정치적으로 ‘자충수’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정감사는 물론 다음달 초 심사에 착수하는 예산안 논의에 있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독무대를 열어준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을 둘러싼 내홍까지 겹치면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은 지난 2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방문진 보궐이사를 선임하자 국감을 보이콧하고 장외투쟁에 들어갔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이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력을 고려해 국감을 보이콧하는 것”이라면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올바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26~27일 이틀 연속 의원총회를 열고 이효성 방통위원장에 대한 해임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서울행정법원에는 방문진 보궐이사 임명 의결 효력 정지 신청 및 무효 확인 소장도 제출했다.

하지만 한국당의 이 같은 행위는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이 위원장의 해임안이 신속히 처리될리 만무한데다, 보궐이사에 대한 법적 조치도 법원의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당은 보이콧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방문진 국감에서는 여당과 진보정당의 독무대였다. 한국당이 보이콧하는 바람에 ‘박근혜 인사’인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방어막 없이 그대로 노출된 셈이다. 다른 상임위원회 국감에서도 한국당 의원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의 실정만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특히 다음달 초 시작되는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한국당의 단일대오도 흔들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내년도 예산안이 정부ㆍ여당의 바람대로 편성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보이콧을 철회하고 국회로 복귀할 명분도 현재로선 없다. 촛불집회 1년을 맞아 보수층의 목소리가 줄어들면서 여론전에도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보이콧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원내지도부의 전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국회의원으로서 책무를 방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국정감사는 국회의원의, 국회의 책무”라면서 “국감을 보이콧하는 것은 의원의 본 역할을 망각한 행위”라고 말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지난 9년 동안 공영방송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국민이 목격하고 체감했다”면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언론장악이라고 억지만 부리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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