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영업 활동 크게 위축된 모습 -종합병원 의사 만나기 더 어려워져 -온라인 등 새로운 영업 활동 모색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지난해 9월 28일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 1년을 맞았다. 청탁금지법은 한국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제약업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제약사 영업직원은 법 시행 후 부정청탁의 대상이 되는 병원 의료진을 만나는 일이 더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라 가장 큰 변화를 느끼고 있는 직군은 영업직이었다. 특히 일반 의원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직원보다 종합병원을 상대로 영업 활동을 하는 직원은 활동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한 중견제약사 영업직원은 “청탁금지법 시행 전에는 내가 맡고 있는 병원을 드나드는 일이 별로 어렵지 않았고 병원을 찾을 때면 하다못해 간호사들을 위한 간단한 간식거리라도 들고 갔다”며 “하지만 법 시행 뒤부터는 제품 설명, 세미나와 같은 공식적인 용건이 있지 않으면 의사가 제약사 영업직원을 만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종합병원 중에서도 교원 자격을 갖춘 국공립 병원 교수나 사학재단 소속 교수는 더 만남에 소극적이 됐다고 한다. 공식적인 행사로 인해 미팅이 이루어질 경우라도 비용이 발생하면 영수증 등을 통해 정확한 근거 자료를 만들고 있다. 영업직원들은 혹시 식사를 하게 되면 3만원이 넘지 않도록 메뉴 선정부터 고민이 된다고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청탁의 대상이 되는 의사들이 미팅 자체를 꺼리기도 하지만 제약사에서도 명확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의료진과의 만남을 최소화하라고 가이드하고 있다”며 “특히 법 시행 전 관례처럼 이뤄졌던 골프, 학회 참석시 비용 지원 등의 외부 활동은 아예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제약사 접대비는 크게 줄어든 효과가 있었다. 올 해 제약사들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10개사 중 8개사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접대비를 20% 가량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1위 유한양행의 경우 전년보다 80%, 대웅제약은 70% 정도의 접대비 감소율을 보였다.
이런 면대면 영업 활동이 위축되면서 영업직원들은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판촉물 등을 제작해 의료진에게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다.
한편 청탁금지법 시행이 제약업계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약사법이나 CP(공정거래자율준수 프로그램)를 통해 제약업계 자체적으로 부정청탁이 될 만한 행위가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의 불법리베이트를 없애기 위해 약사법 규정이 점차 강화되면서 청탁금지법이 아니더라도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부정청탁은 많이 사라진 분위기”라며 “하지만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영업 활동이 전보다 더 위축된 것만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