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후 설명회 자료작성에 공연연습까지 -인센티브 지급에도 “업무 부담이 더 심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한 대형 금융사 2년차 직원인 유모(27ㆍ여) 씨는 지난달 내내 잔업으로 야근해야 했다. 하반기 공채를 앞두고 회사가 대학별 취업설명회를 진행하는데 서울 시내 연합 동아리 출신인데다 비교적 젊은 그를 인사팀에서 차출했기 때문이다. 결국, 유 씨는 지난 한 달 동안 업무시간 이후에 회사에 남아 모의 면접 진행방법과 회사 소개 멘트를 외워야 했다. 유 씨는 “심지어 간단한 춤까지 연습해야 했다”며 “회사 업무 이후에 따로 남아 일을 해야 하다 보니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많이 곤란했다”고 토로했다.
한 중견 건설사에 다니는 김모(32) 대리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 학기 대학 리크루팅을 진행하며 회사가 현직자의 토크 콘서트를 기획하면서 김 씨의 업무 부담도 크게 늘었다. 바쁜 업무 중에 회사에서는 콘서트 주제와 강의안, 파워포인트 자료까지 요구하며 김 씨를 재촉했다. 결국, 대학 리크루팅에 나가 토크 콘서트를 하는 동안 밀린 일 때문에 김 씨는 한동안 야근을 자처해야만 했다.
새 학기 개강을 맞아 대학가는 기업들의 리크루팅이 한창이다. 그러나 과도한 업무 부담에 취업을 위해 고생하는 대학생들만큼이나 차출된 직원들도 고통 호소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매년 공채시즌을 앞두고 진행되는 대학가 리크루팅은 취업 준비생들에게 필요한 채용 정보를 제공하고 회사의 이미지도 올릴 수 있어 상당수 기업에서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가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토크 콘서트와 공연 등을 리크루팅 일정에 포함하면서 참여하고 있는 직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반응이다.
지난 5일 한 대학 리크루팅에 참가한 외국계 제조업 회사 직원 박모(31ㆍ여) 씨는 연구직이지만, 해당 대학 졸업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리크루팅에 참여했다. 박 씨는 리크루팅 일정이 끝나는 오후 4시가 되면 다시 회사에 복귀해야 한다. 박 씨는 “차출된다고 내 업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면접 답변을 외우고 검사까지 받느라 고생했다”며 “그러나 나도 졸업반 때 이런 자리를 원했기 때문에 최대한 받아들이는 중”이라고 했다.
반면, 기업 리크루팅을 대학을 돌며 진행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해당 대학 졸업생이 상담에 나서야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은데, 인사팀 직원만으로 모든 행사를 치르기에는 역부족이란 것이다. 대신 차출된 직원들의 불만이 심해지자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하거나 대체 휴일을 제공하는 회사도 있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대학에서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사원들이 리크루팅을 참가하며 애사심도 가질 수 있어 차출되는 직원들 대부분이 어린 편”이라며 “우리 회사의 경우 추가 수당을 지급하고 있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