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이미 검증된 원작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원작인 김영하 작가 소설의 매력은 극대화 시키고 영화적 재미를 살렸다. 영리한 원작 활용법이다.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동대문에서 진행된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언론시사회에 설경구, 김남길, 설현, 원신연 감독이 참석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2013년 김영하 작가가 집필한 소설을 원작으로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혀졌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다. 김병수(설경구)의 시선으로만 이야기를 펼치던 원작과 달리 영화는 캐릭터에 살을 붙이면서 다른 색으로 완성했다. 오는 9월7일 개봉. ▲ 원작 소설에선 주인공 눈에 비친 모습으로만 태주(김남길)를 묘사했는데 영화에선 태주 캐릭터에 어떻게 살을 붙였는가?“원작에서의 태주는 본질이 없었다. 서브적인 병수라는 캐릭터를 받쳐주는데 영화에선 메인을 담당하는 두개의 축으로 만들어야 했기에 민태주라는 캐릭터가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제 머리 속에 구성하면서도 태주의 모습 자체가 김병수라는 캐릭터의 자아일수도, 과거일수도, 현재에 있는 김병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살을 붙여 정교하게 가공했다.”(원신연 감독)
▲ 각자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했나?“태주라는 역할은 소설에서 큰 틀만 정해져 있고 많은 것을 첨가해서 만든 인물이라서 고민이 많았다. 감독님이 한 단어로 연관되는 캐릭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해서 기본적으로 감정선에 대해선 같이 만들면 되는데 외형적 모습도 고민했다. 살인자 역이라 날카롭고 살을 빼고 나타내면 어떨까 싶었는데 감독이 살도 찌우고 벌크업을 해서 오는 서늘함을 주길 월했다. 그래서 설경구 선배와 달리 살을 많이 찌웠다.”(김남길)“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연기라 그런지 경험해 볼수도 없고 병을 앓았던 분들에게 간접적으로 체험기를 들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상상력으로 전 감독과 상의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저에겐 숙제였다.”(설경구)“외형적으로 큰 변화가 있던건 아니고 액션도 없었는데 아빠 병수를 의심하면서 오는 혼란스러운 심리를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 감독께 많이 여쭤보면서 연기했다. 섬세하게 잘 알려줬다.”(설현)▲ 기존 작품들과 달리 이번 영화에서 힘을 뺀 느낌인데 연기에 대한 만족감은?“사실 오늘 영화를 처음 본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는 잘 못보고 저만 본거 같다. 저만 체크하다 보니 제대로 못봤다. 작품을 할때마다 느끼는 감정인데 더 잘 표현해볼걸 생각을 많이 했다. 다음 작품부턴 안 그래야 되는데.”(설경구)▲연기 오래해 왔는데 이젠 편안한 연기를 하고 싶지는 않은지?“‘살인자의 기억법’의 김병수라는 역할은 나에게 큰 산이었다. 알츠하이머를 간접 경험도 할 수 없는 병이기 때문에 되게 힘들겠지만 그래서 재미있겠다 싶어서 했다.”(설경구)▲ 소설의 문장을 영화화 할 때 어떻게 표현했는지? 영화에 색감을 잿빛으로 표현한 이유는? “쉽지 않았다. 소설의 문장, 문체, 독백들에 변화를 많이 줘서 아예 다른 영화로 만들 수 있었는데 ‘살인자의 기억법’ 소설을 읽고 영화화 하겠다고 생각했을 때 제가 메모한 게 ‘소설과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먼 영화로 만들겠다’고 였다. 소설의 원형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영화를 보더라도 무리가 없게끔 녹여내려고 했다. 영화에도 김병수가 써낸 일기 형식이 반영되어 있다. 다만 반영시킬 때 판타지적 요소나 직접적인 표현에 기울였다. 색감은 클래식함을 베이스로 잡았다 그래서 조명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인물을 살리는 조명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클래식하게 나온 것 같다.”(원신연 감독)
▲ 영화에서 ‘기억’이 중요한 소재인데 서로에 대해 어떻게 기억하나?“김남길과는 두번째 영화인데 9년 전과 그대로다. 그래서 10여년 전 그 모습이 순간 떠올랐다. 설현은 순백의 모습이 있다. 현장에서도 그 모습이 떠올랐다. 자칫 일찍 활동을 시작해서 나이보단 성숙된 모습으로 보일 수 있는데 현장에서 그런 게 전혀 없다. 백치같다.(웃음) 좋은 의미다. 그런 모습으로 기억이 남을 것 같고 30대, 40대가 되어도 백치미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설경구)“10년전에 설경구 선배를 봤을 때 큰 산 같은 느낌이었다. 현장에 임하는 자세나 배우의 마인드 등에 배워서 지금에 와있다. 그런 것에 대해 잘 지키고 왔단 생각을 했다. 지금도 현장에서 산 같은 선배다. 설현은 순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대 위에서 화려한 메이크업과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가 많았다면 현장에선 김설현이라는 배우의 본연의 이미지를 봤던 것 같다.”(김남길)“촬영하기 전에 대선배들과 함께 촬영할 수 있어 영광스러웠지만 걱정이 많았다. 설경구 선배는 아빠 역할이니 어떻게 가까워지나 걱정을 했는데 억지로 친해지려고 하시지 않더라. 그게 오히려 다가기 편했다. 자연스러웠다. 김남길 오빠는 워낙 잘 챙겨준다. 스태프들과 장난치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화기애애한 현장을 만들어줬다. 다정한 선배다.”(설현)▲ 센 캐릭터라서 후유증이 있나? “감독님이 히스 레저가 표현한 조커와 같은 캐릭터이길 바랐다. 매작품마다 후유증이 남긴 한데 캐릭터를 응원할 수 없으면 연기하는데 힘든 부분이 있었다. 태주를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했다. 태주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잘 보내줬다고 생각한다.”(김남길)▲ 원작을 읽은 사람,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관전 포인트는?“‘소설은 소설이고 영화는 영화다’라고 말할 수 있다. 제가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그 자체가 소설이라서 매력적이었다. 주인공 김병수를 응원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캐릭터 속으로 깊게 빠져들었는데 그게 소설 장르의 특성인 것 같다. 영화는 내가 따라가고 있는 감정에 빠져있는 캐릭터를 응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김병수라는 캐릭터는 연쇄살인범이지만 계속 응원할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드는데 중점을 뒀다.”(원신연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