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주 기자]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전 광주지방청장(현 중앙경찰학교장) 간 ‘SNS 폭로전’이 경찰 수뇌부 물갈이 기회로 이어질 전망이다. 여권에서는 경찰 내 수뇌부들은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한 인사임에도 임기 보장 측면에서 손을 대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논란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청와대 및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의 지시로 행전안전부가 이번 논란의 당사자인 이 청장과 강 교장을 대상으로 특별감찰에 착수한다. 행안부는 이르면 이날 특별 감찰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여권 내부에서는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등 중차대한 문제를 앞두고 발생한 경찰 수뇌부의 ‘헛발질’이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할 명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발생한 촛불집회 현장 통제를 진두지휘한 이 청장은 사실상 박근혜 정권의 사람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8월 임명된 이 청장의 임기가 1년이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의 인사를 배치할 명분이 없었다. 특별감찰을 통해 비위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인사권 행사의 정당한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검찰과 수사권 조정 등을 앞둔 시기에 터진 ‘경찰 수뇌부 집안싸움’이 향후 개헌 논의 과정에서도 경찰 조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사권 조정과 함께 검찰이 독점한 영장청구권을 폐지하기 위해선 헌법 12조에 대한 개정이 필수다. 이번 사건이 경찰의 국민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국회 개헌특별위원회에서 열릴 영장청구권 논의 과정도 비관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과 ‘호남 민심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호남 차별’ 발언을 근거로 이 청장을 징계할 경우, 절차적 정당성과 동시에 정치적 이득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강 교장은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광주경찰청이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로 표현한 글을 SNS에 올렸다. 얼마 후 이 청장이 강 교장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화의 성지에 근무하니까 좋으냐” 등 비아냥 섞인 질책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 청장은 당시 강 교장과 전화통화를 한 사실조차 없다고 반박한 상태다.
정부의 감찰과 별개로 두 사람에 대한 수사도 진행된다. 경찰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 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도 강 교장의 비위 사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공무원에 대한 임기 보장을 약속했기에 최순실과 연관됐음에도 이 청장 같은 인사를 두고 볼 수 밖에 없었다”며 “이번 논란이 오히려 경찰 수뇌부들의 대대적인 물갈이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