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아웃증후군 사전 방지 - 쉬는 게 곧 경쟁력…로열티도 높아져 - 한화,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파격 프로그램 [헤럴드경제=정순식ㆍ배두헌 기자] #. “2주 휴가도 다녀와봤지만 안식월은 전혀 다른 차원이더라고요. 망가졌던 정신이 회복되고 가정에도 평화가 찾아오고 일에도 훨씬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 한 달 간의 휴가를 다녀온 한화투자증권 임병조(43) 부장의 이야기다. 정확히 지난 5월 15일부터 휴가를 떠나 6월 14일 회사에 복귀했다. 첫 2~3주는 홀로 배낭 메고 무작정 걸었다. 평소와 같은 짧은 휴가라면 감히 상상하지 못할 일이다.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마치 ‘밀린 숙제’ 하듯 휴가를 보내는 데 익숙해져 있었지만 이번엔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 속에 삶을 돌아볼 수 있었다.

기업이 변하고 있다. 생산성과 효율성 등을 강조하던 기업들이 임직원들에게 ‘휴식’을 강요(?)하고 있다. 연수원에 임직원들을 몰아넣고 지식을 주입하던 모습은 구태가 됐다. 승진 때는 파격적으로 한 달을 쉬도록 의무화하고, 휴가가 아닌 교육의 형태로 휴대폰마저 반납하고 모든 걸 내려놓는 ‘명상 프로그램’의 이수를 요구한다. 여기엔 ‘쉬는 게 곧 경쟁력’이고, 동시에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높일 수 있다는 기업의 인식전환이 바탕이 되고 있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10월 도입한 안식월 제도는 불과 1년도 안돼 임직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과장-차장-부장 승진시 1개월의 안식월을 부여하는 이 제도는 직원들의 선호도 조사를 통해 안건으로 올라왔고, 김승연 회장이 “직원들에게 제대로 재충전 할 기회를 주자”며 파격적으로 도입됐다.

제도 시행 직후 ‘윗사람 눈치 보여 정말 한 달 휴가를 갈 수 있겠냐’부터 ‘다녀오면 책상이 치워져 있는 것 아니냐’는 등의 우려 섞인 농담들이 나왔지만 올 1월 상무보 승진자부터 3월 승진한 과장, 차장, 부장 등 계열사별로 안식월 사용자가 하나 둘씩 나오면서 자연스런 권리로 퍼져가고 있다.

임병조 부장은 “구조조정 등 어려운 시기를 지나온 증권업계에 몸담아 강한 업무강도로 가정에 소홀한 건 당연했고, 매일 심한 스트레스에 하루하루가 의미도 없었다”면서 “그런데 안식월을 다녀왔더니 제 표정부터 대화 내용까지 참 많이 바뀌었다는 말을 듣는다. 일은 물론 삶에 대한 태도 자체가 달라진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삼성전자는 영덕군 병곡면 칠보산 자락에 1300여억원을 들여 지난달 개장한 ‘삼성전자 영덕 연수원’에서 이달부터 파격적인 힐링(Healingㆍ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3박4일 일정으로 월요일에 입소해 목요일 퇴소하는 일정이다. 비단 삼성전자 뿐 아니라 전 계열사 직원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 후 금요일은 연차를 내 사실상 일주일 간의 휴식을 보장했다.

이곳에 입소할 때는 휴대폰을 반납한다. 외부와의 연결을 일절 끊고 오로지 내부 힐링프로그램에 전념하라는 취지다. 연수원이 들어선 곳은 고래불 해수욕장과 칠보산 자연휴양림, 해안선을 따라 길게 뻗은 블루로드 등 우수한 경관 및 조망을 갖추고 있다. 임직원들은 빼어난 자연경관을 활용한 숲 체험 명상, 바다 명상, 별빛 명상 등을 행하게 된다. 이는 교육형 힐링의 개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구글이나 페이스북도 직원들의 마음 건강이나 집중력 향상에 명상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착안해 프로그램을 꾸미게 됐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또한 소통과 힐링으로 임직원의 심신 건강을 챙기고자 지난 4월 경북 문경에 ‘LG디스플레이 힐링센터’를 개관했다. 힐링센터는 문경에 위치한 폐교를 명상실, 다도실 등 건강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조성됐다. 힐링센터에서는 ‘힐링’과 ‘소통’을 주제로 임직원의 심신을 강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명상을 통한 자신과의 소통, 오감 깨우기, 소통 스킬 훈련 등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부정적인 에너지로 막혀 있는 임직원의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치유해주는 것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건강하고 행복한 직원이 고객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자연스럽게 성과로 이어지는 법”이라며 “앞으로도 임직원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고 건전한 소통을 촉진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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