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정부는 5일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놓으며 ‘구조적 불균형 요인 해소’를 그 이유로 들었다. 기업들이 배출권에 여유가 생겨도 이를 쌓아둔 채 다음 년도로 이월해 수급불안이 이어지는 데 따른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배출권 거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오는 6월 말로 2015년 시작된 1차 계획기간 종료를 앞두고 기업들이 소멸될 배출권을 대거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지난 2월 정부가 공청회를 통해 여유 배출권의 시장 공급 촉진을 위해 과도한 배출권 이월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도 배출권 거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월 52만톤에 그쳤던 배출권 거래는 공청회 이후인 3월말에는 266만톤까지 늘었다. 공급물량이 늘어나며 평균가격 역시 톤당 2만4300원에서 2만1462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해마다 늘어나는 배출권 수요에 비해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며 생기는 ‘미스매치’ 탓에 배출권 부족을 겪는 기업들은 다음 연도의 배출권을 앞당겨쓰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2015년 배출권 정산 결과 총 522개 할당기업 중 239개 기업이 1840만톤의 부족분 중 절반이 넘는 980만톤을 다음연도 배출권에서 차입해 해결하는 등 시장 균형이 심각했다.
이러자 배출권이 크게 부족한 발전ㆍ석유화학업계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수급불균형을 해결해달라는 취지의 공동건의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날 정부의 안정화 방안은 이같은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읽힌다. 기재부 당국자는 “업체들을 만나보면 부족한 배출권을 시장에서 매입하고 싶어도 파는 사람이 없어서 고민이라고 토로한다”며 “이같은 상황을 해결해주는 게 맞다는 논리에서 정책방향이 잡혔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계 등 일부에선 정부의 배출권 시장 개입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매입, 이월 등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배출권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면서 “기업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배출권 할당량 배분 문제인데, 향후 정부가 이에 대한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의 경우은 이월, 차입 제한이 없고 선물 시장이 있기 때문에 배출권 부족 대비가 가능한데, 우리는 현물시장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현물 시장에 손을 대기 보다는 선물시장 활성화를 통해 참여자를 대폭 늘려야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기업들은 이번 배출권시장 안정화 대책과 관련 향후 시장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정부의 이월, 차입 제한으로 배출권 거래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실제로 거래시장이 이 취지대로 작동할 지는 미지수라고 보는 시각이다.
배출권 부족에 어려움을 겪는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시장 수급 불균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하지만 이월 제한으로 남는 물량이 실제 시장에 나와줘야 거래가 원활해질텐데, 잉여물량을 가진 기업들이 그래도 쥐고 있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할 경우 시장의 공급 부족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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