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시장서 삼성·LG에 밀리고 중저가는 대우에 치여 ‘한국산=고품질’인식도 한몫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국 시장에 야심차게 ‘상륙’했던 중국산 TV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브랜드 파워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리고, 가격면에선 한국산 중저가 브랜드에 치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 기준인 사후서비스(AS) 망 확보는 짧은 시간 내에 극복하기 힘든 현실적 어려움이란 분석이다.

8일 롯데하이마트 등에 따르면 중국산 TV 브랜드 하이얼과 TCL이 지난해 하이마트에서 판매된 시장 판매 점유율 집계결과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5% 미만으로 보면 정확하다”고 말했다.

중국산 TV의 하이마트 시장 점유율 5% 기록은 지난 2014년과 같은 수준이다. 중국산 TV브랜드 TCL이 2015년 12월부터 하이마트에서 판매되기 시작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는 평가다.

중국산 TV판매가 주춤하다는 지표는 또 있다. 오프라인TV시장 기준 2016년 1분기에 중국산 TV판매량은 1만6000대였으나, 2016년 4분기에는 1만4700대로 떨어졌다. 통상 TV시장은 4분기가 성수기로 꼽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중국 TV브랜드 숫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점유율이 그대로라는 것은 하이얼이 한국 TV시장에서 판매하는 TV수가 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삼성과 LG의 브랜드 파워가 강하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프리미엄급 TV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고, 중저가형 TV시장에선 대우전자가 하이얼이나 TCL 등 중국산 TV브랜드의 시장점유율 상승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예컨대 풀HD(FHD)급 43인치 기준 삼성전자 TV는 67만8000원, LG전자 TV는 65만9000원 수준이다. 동급 하이얼 제품은 39만9000원, TCL은 42만9000원, 대우 TV는 39만9000원이다. 또 TV는 한번 구매시 통상 10년이상 사용하는 제품이란 점에서 20만~30만원 가량의 가격 잇점은 크지 않다는 것이 국내 TV제조업체의 전언이다.

여기에 대우전자가 내놓은 40인치대 TV와 가격을 비교하면 중국산 TV를 구매해야할 유인이 크게 떨어진다. 국산 전자제품의 품질이 높다는 인식이 소비자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AS문제는 중국산 TV가 넘기 어려운 장벽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국에 각각 100곳이 넘는 직영 AS센터를 운영중이다.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까지도 커버할 수 있는 전국 AS망이 구축돼 있는 셈이다. 그러나 중국산 TV 브랜드는 서비스 센터 수가 적고 이마저 서울과 수도권에 편중돼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얼이 한국에 진출한지 10년이 넘었지만 한국 제조사들의 장벽이 높다”며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잇점이었으나 국내 중저가 브랜드와 비교하면 큰 잇점은 안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