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 과정에서 촉발된 KBS의 보도 독립성, 공정성 논란이 청와대 외압 의혹으로 확산된 ‘KBS 사태’에 개표방송을 진행 중인 KBS 앵커와 아나운서들은 모두 ‘방송독립’ 배지를 가슴에 달고 시청자 앞에 섰다.
6·4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맞아 지상파 3사를 비롯한 주요방송사들이 이날 오전부터 일제히 선거방송 체제에 돌입했다. 양대 노조가 파업 중인 KBS는 방송 인력이 없어 오전에는 정규 프로그램을 방송하다 오후 5시부터 개표방송을 시작했다.
현재 KBS의 개표방송은 생방송을 진행하는 앵커와 아나운서 등 최소한의 인력만 투입됐다. 화려한 그래픽과 CG로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이고 있는 MBC, SBS와는 달리 KBS는 기본에만 충실한 개표방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미 사전제작된 ‘지방선거 결정적 순간’ 등의 코너를 통해 방송을 채우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개표방송을 진행 중인 아나운서와 홍기섭 취재주간의 가슴에 달린 ‘방송독립’ 배지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촉발한 KBS 사태에 임하는 진행자들의 결의가 비치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KBS 개표방송을 진행 중인 홍기섭 취재주간은 개표방송에 들어가기 직전 사내 전자게시판에 보직사퇴 의사를 밝힌 글을 남기기도 했다.
홍 취재주간은 이 글에서 지난 2일 단행된 보도본부 간부들의 지방총국 평기자 발령을 언급하며 “보도본부 국장단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후배동료의 지방발령인사가 취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더이상 설자리도 할 일도 없어졌습니다”며 “두번째 본부장마저 붙잡지 못하고 떠나는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자리를 지킬 수 있겠습니까. 너무 염치없는 짓이지요”라며 개탄했다. 그러면서 “후배 부장,팀장들을 무책임하다고 질타했던 제가 그들 편에 서는 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라며 “9시뉴스만은 지켜야 한다고 했던 제가 그 사명감을 잠시 내려놓는건 더더욱 고통스러웠습니다”라고 했다.
특히 “개표방송은 선거기획단장과 보도본부장이 급히 요청해 받아들였지만 차마 번복할 수 없었던 점 양해바랍니다”라며 “개표방송은 공영방송의 중요한 책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개표방송을 마지막으로 보직사퇴하려 한 저의 뜻을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이제 보직을 내려놓으려 합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사장님, 국민의 방송 KBS를 지켜주십시오. KBS 정상화라는 더 절박한 것을 갖고 싶다면 먼저 손에 쥔 것을 놓아야 합니다”라며 “사장님의 용단을 간절히 기다립니다”라며 길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shee@heraldcorp.com
[사진제공=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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