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후임 세입자 찾기에 난항을 겪으면서 집주인들의 보증금 마련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급매물로 집을 내놓거나 추가대출로 보증금 마련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역전세난이 확산하면 450조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이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의 전세보증금(월세 보증금 포함)은 517조원으로, 2010년(392조원) 대비 3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전세 제도는 숨겨진 가계부채 위험으로 지적된다. 전세보증금은 개인간의 거래여서 공식적인 가계부채 통계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증금은 임차인에겐 금융자산이지만 임대인에게는 실질적인 가계부채가 된다. 최근 전세가격이 전세보증금 이하로 떨어지는 역전세난 우려가 나오면서 임대보증금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는 1300조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역전세난이 발생하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집을 팔아서 보증금을 빼 주더라도 이미 집값이 보증금보다 떨어진 상태라면 경매 등을 통해 집을 처분하더라도 세입자의 피해를 피하기는 어렵다. 추가 대출로 이어져 가계부채 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임대보증금 부채가 금융자산을 초과하는 가구도 전체의 43.6%(2015년 말)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는 세입자가 이사 갈 때 임대인 중 절반 가량은 빚을 내 보증금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10년 이후 2015년까지 전월세 구조 변화에 따라 임차인에게 반환된 임대보증금 규모는 2015년까지 약 61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를 위해 임대인들이 추가로 일으킨 대출 규모는 약 15조1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은행을 통한 전세자금대출로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가족이나 친지에게 전세보증금을 빌린 경우도 많은데 이 부분은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며 “공식 통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회경제적 변화로 전세제도가 소멸돼 가는 과정에서 전세보증금의 제도권 대출로의 편입은 필연적”이라며 “임대인의 전세보증금채무는 실질상 가계가 부담할 채무임에도 불구하고 통계상 ‘가계대출’ 혹은 ‘가계부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전환과정에서 착시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