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씨, 정효숙씨 ‘바지이사장’ 두고…사고 터지자 수습과정 적극 관여 지역 공무원 알면서도 묵묵부답

화재가 발생한 전남 장성 효사랑요양병원을 운영하는 효문의료재단의 이사장은 이사문 씨가 아니라 이 씨 아내인 정효숙(51ㆍ여) 씨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이사장으로 알려진 이사문 씨는 재단에서 이사도 아니었고 어떠한 직책도 맡고 있지 않았다. 또 효사랑요양병원 행정원장 이형석 씨는 이사문 씨의 친형(親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30일 전남 지역 의료법인 등의 허가 업무를 맡고 있는 ‘전남도청 보건한방과’, 전남 장성 지역 의료법인의 지도ㆍ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 ‘장성군 보건소’,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등에서 보유 중인 재단 설립허가증, 임원 명부 등을 취재한 결과 확인됐다.

또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 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의료법인 효문의료재단의 지난해 결산서에 따르면, 대표자(이사장)는 정효숙 씨로 나와 있다. 만약 이사장 변동이 있었다면 장성군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장성군 보건소에 따르면 올해 재단 이사장 자리에 변동은 없었다. 박형국 장성군 보건소장은 “현재 이사장은 정효숙 씨”라고 확인하며 “이사문 씨가 왜 자신이 이사장이라고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사문 씨는 아내를 이른바 ‘바지 이사장’에 앉혀 놓고 재단 경영을 좌우해 오다 사고가 터지자 전면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장성군청의 한 관계자는 “돈이 많은 이사문 씨가 그동안 가족을 통해 재단 경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얘기가 많았었다”고 말했다. 이사문 씨의 딸인 이은경(25) 씨 역시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효은의료재단의 이사장 자리 맡고 있다. 이는 광주광역시청 복지건강국 건강정책과 취재 결과 확인됐다. 효은의료재단은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효은요양병원과 신가메디한방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사문 씨가 이사장이라고 ‘거짓 소개’한 것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유야 어쨌든 이사장이 아닌 사람이 자신을 이사장이라고 ‘사칭’한 것이므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장성군청 관계자도 “이 씨가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지만 충분히 문제가 된다”고 인정했다.

법무법인 하나의 강신업 변호사는 “이사장 명의를 사칭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말만 했다면 처벌은 어렵겠지만 이사장 명의로 문서를 만들거나 법률 행위를 했다면 거기에 따른 처벌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창우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는 “만약 이사장을 사칭해 상대방이 속아서 어떤 피해가 발생했다면 사기죄가 될 수 있다”며 “아내 대신 나섰을 수 있지만 엄연히 부부관계는 독립적인 법률 관계이므로 이 문제와 관련 없다”고 일축했다.

이사문 씨가 이사장을 ‘사칭’한 이유를 묻기 위해 이형석 씨 휴대전화 등 병원 관계자에게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참사를 당한 유족에게 여러 차례 거짓말을 했다는 지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9일 오후 6시께 유족들이 묵고 있는 전남 장성 홍길동체육관에 이사문 씨와 이 씨 형인 이형석 행정원장, 장아영 행정실장 등 3명이 찾아왔다. 한 유족이 “누가 누구인지, 정확히 말하라”고 다그치자 장 행정실장은 이사문 씨를 가리키며 이사장이라고 답했다. 현장에 있던 장성군청 관계자는 “정효숙 씨는 당시 현장에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공무원 대부분은 이사문 씨가 이사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언론에서 이사문 씨가 이사장으로 보도되는데 왜 정정해주지 않았는지 묻자, 한 공무원은 “언론에서 물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성=이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