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정부의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은 2년 이상의 시뮬레이션을 거치는 산고 끝에 나왔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는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을 전제해야 하는 것인데 소득파악은 여전히 바닥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3년주기 3단계라는 단계적 개편방안을 들고 나온 것은 이런 고민과 무관치않다.

이번 개편안은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 제고를 위한 뚜렷한 대책없이 만들어져 결국 소득이 노출되는 직장가입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 여건은 아직 직장가입자와는 큰 차이가 있다. 지역가입자의 50%는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았고, 26%가 연소득 500만원 이하로 신고해 한계가 많다. 이처럼 소득파악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소득을 없애고 최저보험료를 도입하다보니 재정 손실이 불가피하다. 결국 전체적인 추가 보험료 인상부담이 우려된다.

은퇴한 연금소득자의 연금소득과 직장가입자의 보수외 소득에도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물리기로 함에 따라 연금소득자와 직장가입자의 강한 반발도 우려된다. 이미 월급에서 보험료를 꼬박꼬박 떼고 있는데 다른 소득이 있다고 보험료를 더 내라는 건 불공평하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직장인만 봉’이라는 인식이 만연돼 있어 직장가입자의 부담이 늘 것이란 불신이 깔려 있다.

또 은퇴한 연금소득자의 경우 직장에 다니면서 건강보험료를 꾸준히 냈는데 은퇴하고 받는 연금소득에 또다시 건보료를 물린다며 반발한다. 은퇴한 A씨는 “직장에 다니면서 받은 월급에서 보험료를 이미 냈고 월급의 일정 부분을 적립해서 지금 연금을 받는 것인데 이 연금에 별도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으로 부과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물리지 않는 것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도 소득있는 피부양자의 대다수가 은퇴한 연금수급자들인데 피부양자 기준을 급격히 바꿀 경우 고령층 등 특정계층의 보험료가 한꺼번에 큰 폭으로 올라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연금소득자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연금소득의 30%에 대해서 먼저 보험료를 부과하고 점차 50%까지 확대하는 단계적인 접근법을 택했다. 이미 공무원단체에서는 “공무원연금이 개편된지 얼마 안돼서 부담이 늘었는데 이번 부과체계개편에서는 그런 부분을 고려해달라”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현재 취약한 지역가입자의 경우 월 3590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는데 저소득층을 위해 최저보험료를 도입한다고 하면서 1만3100원이나 1만7120원으로 정하는 것은 취약계층의 부담을 과중시키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가입자는 소득이 없어도 최저보험료를 부과하면서 직장의 경우 무임승차한 피부양자가 2000만명을 넘는데도 피부양자 제도를 폐지하지 않았다며 비판한다. 이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기준이 느슨한 것과 무관치않다. 짧은 기간에 가입자를 늘리기위해 피부양자 기준을 폭넓게 적용한 측면이 컸다. 피부양자 부양률은 한국이 1.3명(2015년 기준)으로 독일 0.72명(2011년), 프랑스 0.56명, 일본 1.09명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이 사실이다.

복지부는 “피부양자 제도 폐지는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므로 우선 부담 능력이 있는 피부양자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부과하고 단계적으로 피부양자를 줄여 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개편안 시행에 따른 재정손실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1단계 개편 시 연간 약 9000억원, 2단계에서는 1조8400억원, 3단계는 2조3100억원의 재정손실이 예상된다. 현재는 건보재정이 흑자 상황이지만 지속적인 보장성 확대, 급속한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추세 등을 감안하면 언제든 당기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복지부 이창준 보험정책과장은 “추계 재정소요는 현 시점 기준으로 추계한 것으로 향후 소득파악 제고 효과, 지역가입자 감소 추이 등을 반영될 경우 재정소요는 전반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소득파악 개선을 통해 수입을 늘리고, 올해 중 재정 누수방지 등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 대책’을 마련ㆍ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여러 불만을 잠재우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부과체계가 연착륙하려면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 제고와 직장ㆍ지역가입자간 형평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총리실에 복지부, 기재부, 국세청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협의체’를 구성ㆍ운영하고 지역가입자의 소득 상황을 조사하고 평가할수 있는 인프라 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dew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