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하고 주저앉고…실랑이 일쑤
근무시간 하루 2만보 넘게 걸어
막차의 잠든승객 깨워야 근무끝
“힘들어도 시민안전 지킴이 보람”
“선생님, 여기 앉아 계시면 안 됩니다.” (지하철 보안관)
“타려고 했어요. 아 진짜!” (술 취한 승객)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대림역에서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술 취한 30대 승객이 멈춰선 전동차 앞에 주저앉아 있었다. 스크린도어에 끼인다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때 제복을 입은 두 사람이 달려왔다. 지하철 보안관이었다. 취객은 보안관의 부축으로 지하철에 올라탔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다른 승객은 “취객을 돕고는 싶었지만 괜히 나섰다가 해코지라도 당할까봐 무섭다”며 “보안관 덕분에 위험한 상황을 면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연말연시는 지하철 보안관이 가장 힘든 시기다. 송년회나 인사이동에 따라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전동차를 탄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뛰어다녀야 한다. 취객과의 실랑이도 잦다. 이맘때면 극한직업이 되는 지하철 보안관과 동행하며 연말연시 분위기를 살펴봤다.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1~4호선에는 123명의 보안관이 활동한다. 2인 1조로 운영되며 1팀 당 보통 5개역을 맡는다. 이날 전동차에서 만난 이상영(45)ㆍ김영진(30) 보안관 팀은 2호선 대림~당산역이 주요 근무구간이다.
오후 10시. 신도림역 전동차에 타자마자 보안관들은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움직이며 승객들을 둘러봤다. 그리고 한 40대 승객 앞에 발걸음을 멈췄다. 다가서자 술 냄새가 진동했다.
이 보안관은 승객에게 말을 걸며 상태를 확인했다. 의식이 있다고 판단한 뒤 발걸음을 옮겼다. 이 보안관은 “연말연시 근무하다보면 누워있는 사람, 소리 지르는 사람 등 온갖 유형을 볼 수 있다”며 “대부분 송년회를 마치고 만취한 채 집에 가는 직장인들”이라고 했다.
보안관들은 하루 20대 이상 전동차를 탄다. 연말에는 근무시간에만 2만 걸음을 걷는다고 했다. 땅 속 흔들리는 전동차 안에서 3~4시간을 걷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보안관들은 무릎 통증과 기관지염을 직업병으로 앓고 있다고 했다.
오후 11시. 합정역 승강장 의자에서 정장 입은 30대 승객이 바닥에 구토를 하고 있었다. 이 보안관이 다가서자 승객은 “괜찮으니 가던 길 가라”고만 했다. 수차례 부축 권유도 거절하자 보안관들은 다시 순찰을 시작했다.
이 보안관은 “신분상 보안관은 경찰이 아닌 지하철 직원일 뿐”이라며 “도움이 당장 필요해 보이는 사람도 거부 의사를 내비치면 우리가 어찌 할 방도가 없다”고 했다.
보안관들의 근무는 새벽 1시까지 계속됐다. 마지막 전동차 안 잠들어있는 승객을 깨우고 난 후에야 근무가 끝냈다. 이날 거의 전동차 1칸 당 1명씩 승객이 잠들어 있었다. 이 보안관은 이 날은 조용한 편이라고 했다. 김 보안관은 “지난주 출근시간 신림역에서는 한 취객에게 멱살도 잡혀봤다”고 거들었다. 이 보안관은 “순간 욕을 먹더라도 다음날 ‘그때 실수해서 죄송했다’는 식으로 사과 전화를 받으면 기분이 풀린다”고 했다.
이 보안관들은 박봉에 불구하고 오늘도 시민안전을 위해 지하철 역사와 전동차를 누비고 있다.
강문규ㆍ이원율 기자/y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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