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KBS 안팎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길환영 사장이 보수 성향의 주요 일간지에 8800만원을 들여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광고를 낸다고 알려지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KBS 홍보실은 해당 광고의 성격과 비용에 대해 즉각 해명했지만, 조직원들겐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KBS 홍보실은 26일 “경영에 책임을 지고 있는 경영진들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판단, “내부 절차를 걸쳐 지면광고를 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성명을 통해 “사면초가에 빠진 길환영 사장이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수신료를 개인용도처럼 쓰겠다고 한다”며 “과거 MBC 김재철 사장이 회사 입장이란 명목으로 신문에 광고를 낸 사례가 있는데 똑같은 예산 낭비 절차를 닮아 가는가”라고 꼬집었다.
새노조는 그러면서 “지면 광고 행위는 수신료의 가치가 아닌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가져다 써버리는 최악의 행태”라며 “광고를 하려면 국민의 수신료가 아닌 개인 돈으로 해야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KBS 홍보실은 이에 ‘일간지 ’사과 광고‘ 게재 추진과 관련해 알려드린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즉각 해명했다.
홍보실의 해명은 “기자들의 제작거부로 인해 KBS 대표 뉴스인 ‘KBS 9시 뉴스’가 수일 째 방송에 차질을 빚으면서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를 비판하는 시청자들의 반발이 거세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영방송 KBS로서는 시청자들에게 드리는 사과와 함께 내부 수습이 어떻게 되고 있는 지와 앞으로의 대책 등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공적 책무를 맡고 있는 기관이 그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경우 대국민 사과를 일간지에 게재하는 사례는 특이한 것이 아니다”며 “게재 대상을 일간지 6곳으로 줄이고 단가가 저렴한 지면을 선택해 광고비용을 8800여 만 원으로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KBS의 일간지 광고 비용은 1억 2000만원으로 알려졌으나 논란이 일자 KBS 측은 이 같이 정리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폭발한 보도 독립성, 공정성 논란에 KBS는 지금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직종, 지위, 정치적 이념을 막론하고 내부 구성원들이 대동단결해 길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임직원들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 길환영 사장은 회삿돈으로 지면광고까지 낸다고 하자, 내부 반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모습이다. 해당 광고 역시 사과와 다짐을 담고 있는 내용이라고 밝힌 즉각적인 해명도 현재로선 설득력을 잃었다.
특히 메인뉴스의 방송 파행으로 시청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에 수신료를 들여 ‘대국민 사과’ 광고를 게재한다는 논리가 KBS 구성원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이유는 같은 날 오전 청와대 인근에서 진행된 KBS 양대노조와 5개 직능단체(KBS 기자협회·PD협회·경영협회·기술인협회·촬영감독협회·전국기자협회·전국촬영기자협회)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또 한 번 폭로됐다.
이들은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임창건 전 보도본부장이 길 사장에게 결단하지 않으면 “지금 상황은 뉴스가 멈출 수도 있다”고 말하자 길 사장이 “감수하겠다”고 밝혔다는 내용의 임 전 본부장의 발언록을 공개하며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길 사장은 이미 지난 사내방송 담화에서 “뉴스가 안 나와도 된다고 말한 적이 결코 없다”고 밝혔다.
한편 기자, PD 직군 중심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는 23일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파업을 가결했다. 재적조합원 1131명 중 1052명이 투표에 참여, 찬성 992표로 투표가 종료됐다. 투표자 대비 찬성률 94.3%, 재적 대비 찬성률은 87.7%이며, 반대는 56명, 무효는 4명에 그쳤다. KBS 새노조는 이에 오는 28일 진행될 이사회에서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직군 중심으로 2500여명이 소속된 KBS노동조합(1노조)도 지난 21일부터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 오는 27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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