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면세점 선정계획’ 의혹 발화

“서울시내 관광객 예측 엉터리”

업계 ‘4곳 추가’ 필요성에 의문

‘대통령 독대’ 등 꼬리문 의혹…

관세청은 “심사·발표 일정대로”

‘최순실 그림자’가 면세점 사업으로까지 번지면서 다음달로 예정된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전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이 롯데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면세점 관련 의혹을 본격 수사하는 가운데, 면세점 기업들은 면세점 사업에 대한 근본적 회의감까지 가지는 등 침울한 분위기에 빠졌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면세점 전경.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검찰이 롯데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면세점 관련 의혹을 본격 수사하는 가운데, 면세점 기업들은 면세점 사업에 대한 근본적 회의감까지 가지는 등 침울한 분위기에 빠졌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면세점 전경.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지난해 두 차례 치러진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 전쟁 결과와 관련 특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데가 올해 연말 다시 4개 면세점을 추가로 선정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지난 24일 청와대가 대기업으로부터 재단 출연금 등을 받은 대가로 면세점 특허권 부여 과정에 개입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관세청은 물론 롯데, SK를 압수수색하면서 올해 서울시내면세점 무산위기설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여기에 야당 의원들도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입찰을 연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 면세점 선정과정, 꼬리에 꼬리 무는 의혹=의혹의 초점은 올해 4월 정부가 서울 시내 면세점을 4곳 더 뽑겠다고 나선 것과 관련이 크다.

관세청은 지난해 7월과 11월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 5곳을 추가로 선정했다. 하지만 일부 신규 면세점이 오픈을 하기도 전에 올해 3월 정부는 또다시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과 관련 공청회를 열고 같은달 3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5년 한시 특허제 철폐’ 등의 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한달 후인 4월 29일 관세청은 한류확산 등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특수에 대비해야 한다며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 추가 계획을 발표했다.

관세청의 발표 이후 면세점 업계는 불과 5개월만에 다시 4개가 더 필요한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펼쳤다.

면세점 업계는 “지난해 서울지역 외국인 방문자가 전년대비 88만명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며 “정부가 추가 면세점 특허권 근거로 내세운 서울 시내 관광객 수 증가 예측이 엉터리였다”고 했다. 하지만 관세청이 신규 특허 공고를 한 이후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내 관광객 수는 감소했다.

이 같은 지적은 국회에서도 제기됐다. 지난 10월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7~8월이면 전년도 관광객 숫자가 나오는데 그 전에 신규면세점 4곳을 더 추가한다고 발표했다”며 “관세청이 신규 면세점 설치 요건인 관광객 증가 여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따졌다.

이에 관세청은 “올해 3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된 면세점 제도 개선안에 따라 서울 시내관광객 증가 추이전망을 토대로 추가로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예측과 반대로 새로 문을 연 면세점들은 큰 적자를 보고 있다. 신규면세점 사업자들이 공시한 3분기 보고서를 보면 대부분 수백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면세점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중국 여행사들에 지나치게 많은 ‘송객 수수료’를 주면서 업계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크게 악화됐다”며 “여기에 지난해 신규 면세점 특허의 공정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정부가 연말까지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을 강행하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짙게 드리워진 ‘최순실 그림자’…신규 면세점 전면 재검토?=이런 상황에 대기업들이 면세점 선정 관련 대가를 바라고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등에 돈을 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어 연말 신규 면세점 추가 선정을 강행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연말 롯데면세점이 미르재단에 출연한 28억원에 ‘대가성’여부를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롯데그룹은 K스포츠재단에도 17억원을 출연했고 올해 5월말 추가로 70억원을 기부했다가 그룹 압수수색 직전인 6월 10일 돌려받았다.

업계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3월 14일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면세점 제도 개선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4월말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계획이 발표된 점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와 같은 의혹이 나온 상황에서도 관세청은 연말 면세점 특허심사와 발표 일정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12월 중순 특허심사를 마치고 발표한다는 목표로 일정을 잡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는 “지난해와 올해 면세점 신규 선정 과정 전체가 검찰의 수사를 받는 상황인 데다 지난해 관세청 직원들의 입찰 정보 사전 이용 건까지 있는만큼, 지금 그대로 입찰을 강행하면 그 결과에 누가 승복하겠느냐”며 무산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국회에서도 수많은 의혹 속에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기에 입찰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4월 추가로 시내면세점에 대한 입찰 절차가 공고돼 현재 입찰이 진행 중인데, 불미스런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시내면세점 입찰 절차를 중지하라”고 관세청에 촉구했다

이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