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내가 이러려고 코스닥 투자했나 자괴감 들고 괴롭다”

최근 코스닥에 발을 들였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스닥은 미국 대선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화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 등 각종 악재를 흡수하면서 24일 종가 기준 연중 최저치(592.62)를 찍었다.

이미 600선 초반에서부터 과매도 구간에 들어섰다는 증권가의 분석이 잇달아 나온 지라 속절없는 추락은 더 큰 상실감만 남기고 있다. 현 상황에선 중소형주 투자를 선언한 연기금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동향이 나타나지 않아 속만 끓이는 실정이다.

▶코스닥은 왜 ‘악재 블랙홀’이 됐나=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600선 초반에서 아슬아슬한 흐름을 이어가던 코스닥은 심리적 지지선마저 이탈했다.

전날 종가 592.62는 연중 최저치인 데다가, 지난해 2월2일(590.2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초 이후 200조원대를 지켜오던 코스닥 시가총액은 이달 들어 190조원대로 쪼그라든 후 전날 187조610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무엇보다도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가 중소형주를 팔아치우며 수급 여건이 악화된 것은 코스닥에 직격탄이 됐다. 기관은 올 들어서만 코스닥 시장에서 4조4347억원 순매도했다.

올 들어 나타난 대내외 악재가 유독 코스닥 대표 업종을 저격하는 이슈였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코스닥 시장의 섹터 비중은 정보기술(IT)(36.9%), 헬스케어(25.5%), 경기소비재(17.4%) 순이다.

지난해 코스닥 상승 랠리를 이끌었던 제약ㆍ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한미약품 사태’로 위축된 상황에서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IT 업종의 3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된 점은 지수를 600선 초반으로 이끄는데 일조했다.

최근 도널트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달러 가치가 급상승하는 등 금융환경이 급변하면서 대외 변동성에 취약한 코스닥은 재차 시련기를 맞았다.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우려가 재부각되며 중국 소비 영향이 큰 화장품과 엔터테인먼트 관련주가 폭락세를 보여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여기에 더해 ‘최순실 사태’는 코스닥의 숨통을 조이는 요인으로 급부상했다.

관련 의혹이 쏟아지면서 코스닥 시장의 동력이 됐던 현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은 좌초 위기에 빠졌다.

‘최순실 게이트’에 줄기세포 관련 사업이 연관됐다는 보도는 제약ㆍ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를 한층 얼어붙게 만들었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닥은 올 들어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에너지, 소재, 산업재를 모두 비켜가고 있다”며 “올 들어 약세로 전환된 헬스케어 및 경기소비재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코스닥 상단이 제한되는 양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앞으로도 첩첩산중, 내년까지 고군분투?=시장을 이끌 수급 주체가 부재한 코스닥은 연말을 앞두고 1조원가량의 자금을 풀기로 한 국민연금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국민연금이 직접투자를 할 때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매출 300억원 이상, 반기 하루 평균 거래대금 5억원 이상 종목에만 투자한다는 내부 지침을 폐지하기로 한 것도 중소형주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운 바 있다.

하지만, 증권가 안팎에서는 중소형주는 코스닥 시장 내 중소형주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특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자금 운용이 지연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퍼지고 있다.

아예 연기금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핵심은 기관이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느냐”라며 “지수가 오르려면 비싸든 싸든 일단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데, 기관이 더 싼 가격에 사들이겠다고 생각하면 연말까지도 최악의 상황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관이 사더라도 나머지 수급 주체가 차익실현을 하겠다고 나오면 골치 아픈 상황이 된다”며 “일시적으로는 지수가 반등하겠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연말에는 대주주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지분율을 낮추기 위한 개인투자자의 매물도 나올 수 있다.

지 센터장은 “내달이 돼도 대주주 과세 강화 등으로 여건이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라며 “코스닥 육성을 위한 새로운 정책 마련도 가시화되지 않고 있어 투매가 날 경우 560~570선으로까지 후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중소형주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큰 폭으로 낮아지거나 성장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새로운 엔진으로 떠올랐던 ‘바이오’도 벌써 투자자에겐 익숙한 소재가 됐다”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550선까지 하락한 뒤 내년까지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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