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자신이 주체로서 통치에 임하겠다는 ‘권력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당내 비등한 사퇴 요구에도 당장에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민심은 격앙됐다. 야권은 ‘탄핵ㆍ하야’ 등에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총리 내정 철회 없이는 단계적으로 퇴진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주말 대규모 시위 등 여론의 향방이 박 대통령과 여당, 야권의 대응을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 국무총리에 대한 권한 이양이나 자신의 ‘2선 후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지금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 있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외의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더 큰 국정 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해야만 한다”라고 했다. 이어 “국민들께서 맡겨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각계의 원로 분들과 종교 지도자 분들,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사회 각계 지도자와 여야 대표와의 협조”를 전제로 했지만 국정공백을 막기 위해 박 대통령 자신이 국정을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집권여당 이정현 대표도 사퇴를 재차 거부했다. 4일 오후 4시부터 밤늦게까지 6시간 30분 가량 이어진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사퇴를 주장하는 의견이 이어졌지만 이 대표는 사태 수습이 먼저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이 끝난 후 민경욱 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이 대표는 “당장에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그렇게 서두르지 않으면 좋겠다. 시간을 갖고 중진들과 함께 거취와 관련해서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이날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입장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청와대와 여당이 최대의 위기 앞에서 선장이 내려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단합해 국면을 돌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야권 역시 강경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당장 인사청문회 거부 등 국무총리 인준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별도특검 수용과 개각 철회, 대통령의 철저한 해명 등을 요구했고,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퇴진 투쟁에 나서겠다고 했다.
5일 오후로 예정된 고(故) 백남기 농민 영결식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ㆍ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대중집회 등 격앙된 여론의 향방이 정국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4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5%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정지지도와 대통령의 제 1, 2차 대국민사과담화 후 오히려 악화된 민심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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